"삼겹살 먹고 힘내야죠"…'전설' 최경주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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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 2R식사도 못한 채 25홀을 돌아야 하는 상황. 한창 때인 청년들에게도 버거운 강행군이지만 50대 중반 '골프전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탱크' 최경주, 1언더파로 12경기 연속 커트통과 달성
'탱크' 최경주(53)의 이야기다. 그는 19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 2라운드를 중간합계 1언더파 141타로 마치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같은 조에서 경기한 김비오(33·이븐파 142타), 정찬민(24·9오버파 141타)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연륜의 힘'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이정표도 세웠다. 26회째인 SK텔레콤 오픈에 최다 출전(21회)과 최다 우승(3회) 기록을 지닌 최경주는 대회 최다 컷 통과 기록을 20번으로 늘렸다. 이 대회에서 12년 연속 컷 통과 기록도 세운 최경주는 2001년 대회 때 단 한 번 컷 통과에 실패했다.
최경주는 이날 제주 핀크스GC(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잔여경기와 2라운드를 포함해 총 25개홀을 소화했다. 이른 아침부터 잔여경기를 치렀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9시 30분부터 2라운드를 돌았다.
전날 2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그는 이날 잔여경기를 시작한지 4개홀만인 15번홀(파5)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 다음 홀부터 파 행진을 이어갔다. 컨디션 탓인지 그의 장기인 아이언 샷이 기대만큼 날카롭지 않았다. 때문에 버디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고 위기가 이어졌지만 보기 없이 파로 막아냈다.
기회는 마지막에 왔다. 이날 마지막홀이었던 9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핀 1.5m 옆에 붙였고 버디를 잡아냈다. 그는 "세번째 샷을 치는 순간 이건 버디라는 느낌이 왔다"며 "내가 퍼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공이 떨어졌고 버디를 잡아냈다. 마지막 버디가 들어가는 순간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같이 경기를 치른 정찬민, 김비오에 대해서는 "공을 치는 소리가 다르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치는지 관심을 가졌는데 몸의 턴이 다르고 임팩트도 달랐다. 오랜만에 공을 파워풀하게 치는 소리를 들으니 기뻤다"고 말했다.특히 정찬민에 대해서는 "어린 선수인데 굉장히 긍정적이더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파워는 후배들에게 밀리지만 관록을 장착한 만큼 최종라운드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2라운드까지 6~7언더파 정도였으면 주말에 치고 올라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선두권과 격차가 너무 벌어져 우승을 노리기는 어렵지 않겠나"면서도 "기대하는 팬이 계시기 때문에 문제점을 보완해서 주말에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리겠다"고 말했다.
긴 하루를 보낸 자신에게 삼겹살로 상을 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체력전에서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고 잘 쉬어서 내일 경기도 잘 치러보겠다"고 다짐했다.
서귀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