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상복합, 일본의 타워맨션처럼 될 수 있을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도쿄 도심 '타워맨션' 매매가 올라
2030 파워커플에 인기…지방에도 속속 등장
토지 비율 적어…거주중인 노년층엔 '절세' 효과
일본 도쿄의 고층 맨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택시장은 조정기를 겪고 있습니다. 급매가 아니면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은 많이 떨어집니다. 언제쯤 반등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사실 현재의 주택시장 부진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세계의 주택시장 또한 싸늘하게 식어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시장이 활황이며,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나라도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2023년 1월1일 기준 전국 공시지가가 1.6% 상승했다고 합니다. 버블붕괴로 고통받는 줄 알았던 일본 주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다는 소식은 의외입니다.물론 모든 지역, 모든 주택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도쿄 도심의 타워맨션(Tower Mansion)이 이런 가격상승을 주도하는 중입니다. 도쿄23구의 신축 맨션 평균가격이 버블기 수준을 30년만에 뛰어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도쿄의 타워맨션 사진을 보면 한국의 주상복합 아파트랑 비슷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타워맨션은 2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를 이야기합니다. 1997년 용적률 규제가 풀리면서 등장했는데 도쿄에서 입지가 좋은 곳에는 속속 들어섰습니다.

타워맨션은 ‘오쿠션(억엔+맨션)’이라고도 불립니다. 우리의 국민평형인 84㎡에 해당하는 일본의 국민평형(70㎡)의 시세가 1억엔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입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2023년 4월 현재 12억원(11.99억)이니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하지만 일본의 주택가격을 우리와 동일하게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여하튼 일본에서는 비싼 주택에 해당합니다.

일본의 타워맨션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20~30대 맞벌이 부부들인 새로운 세대 ‘파워커플(power couple)’의 등장입니다. 각각 연소득이 700만 엔 이상인(합치면 1400만 엔) 고소득 커플을 이르는 용어로 부모세대와 달리 집값 폭락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맞벌이 부부이니 출퇴근에 버려지는 시간을 아끼고 싶어 도심에 살기를 원합니다. 한국과 같이 플렉스(flex) 문화의 욕구도 한 몫 합니다. 타워맨션에 거주하면 럭셔리한 라이프가 되고 이는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지진이 많은 일본의 특성상 내진설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쓰이 부동산이 분양한 신축 타워맨션의 구입신청 가구 중 30~40대 맞벌이 부부가 가장 많았다는 후문입니다.
일본 도쿄 중심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타워맨션이 인기를 누리자 빈집문제가 심각한 지방에서도 타워맨션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3대 도시권(도쿄, 오사카, 나고야)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완성된 타워맨션 세대 수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었고 교외에 기존 집이 있는 세대들이 중심부로 들어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저금리와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은 해외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만듭니다. 초엔저 현상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은 가격 상승을 노리고 주로 도쿄의 타워맨션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전문미디어 오우치노뉴스에 따르면 수도권 부동산거래건수(2020~2021년)에서 외국인들의 매입 비중은 아파트, 단독, 토지 모두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타워맨션은 한국에서는 한 건물에 상업용도와 주거용도가 혼재된 주상복합아파트와 유사합니다. 상업용지에 건설하므로 높은 용적률을 적용 받아 더 집약적으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건물 안에서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고 보안도 철저합니다. 하지만 높은 용적률과 집약적인 토지의 이용은 투자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최근 주상복합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전기요금, 난방비, 인건비 등 고물가로 인해 관리비가 치솟으면서 주상복합아파트의 단점이 부각되기도 합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서 공급한 공공택지의 경우 주상복합용지만 유찰되어 공급기관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로 전락했습니다.주상복합아파트가 가진 장점이 적진 않습니다. 일단 생활의 편의성이 뛰어납니다. 주로 대로변에 위치하며 상가를 품고 있어 편리합니다. 조망권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특히 강, 하천, 바다, 산과 같은 조망권을 누릴 수 있다면 입주민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시설은 큰 혜택입니다. 층간소음 또한 아파트에 비해 좋습니다. 층고가 높아 쾌적하다는 점은 덤입니다.

일본 타워맨션의 신규 수요층이 젊은 파워커플이지만 거주하는 세대는 중장년층 그리고 노년층이 많습니다. ‘타워맨션 절세’가 또 하나의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상속세는 토지의 가격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과세대상이 3분의 1 내지 4분의 1로 줄어듭니다. 고령의 자산가들이 상속할 때가 되면 주식을 팔아 타워맨션을 산다고 합니다. 이렇게 거주하는 주민들의 연령층이 높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의(일본은 '이사회'라고 불림)에서 키즈룸 폐지를 논의했다는 소식입니다. 많은 수의 주민들이 중장년층이라 공용시설 중 하나인 키즈룸을 이용하는 세대가 적어 비용부담 때문에 없애자는 것이 논란의 골자입니다.

최근 한국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인기가 없어 많이 지어지지 않으니 기존의 주상복합아파트에는 일본처럼 중장년층 거주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은 실버타운이 거의 없기 때문에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함께 실버타운을 대체할 수 있는 주거형태가 필수적입니다. 실버산업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노인복지법 상 ‘유료노인홈(有料老人ホ-ム)은 2021년말 기준으로 전국에 무려 1만7000개소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900만에 가깝지만 노인복지주택은 38개소에 불과합니다. 입소정원 또한 8500명 수준이니 갈 길이 멉니다. 병원 등 편의시설이 모두 구비됐고 조·중식 서비스까지 확대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실버타운을 대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품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단독주택에 비해 높은 건축비 또한 향후 타워맨션이나 한국의 주상복합아파트의 미래를 결정할 듯합니다. 건축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예전보다 더 저렴하게 고층의 주거상품을 짓는 것이 불가능 해졌습니다. 재조달원가 차원에서 평가하면 타워맨션이나 주상복합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래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현재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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