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에 여행수지까지 큰 폭 적자…경상수지도 비상

올 1분기 국내 카드 지출이 27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1.5% 늘었다. 사용 건수로도 11.9%(63억7000만 건)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의 ‘2023년 1분기 카드 승인실적 분석’을 보면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상당히 활발해졌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104% 급증한 ‘운수업’이다. 운수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소비생활과 관련성이 높은 8개 업종 중 하나로, 해외여행객이 그만큼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여신금융협회는 분석했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여행수지 적자가 24억달러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는 3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한은 전망이다. 사흘씩의 연휴가 계속되는 5월과 여름휴가로 이어지는 6월을 감안하면 2분기에는 적자폭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3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더 된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 반등론이 나오고 있지만, 에너지·식량 수입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어서 무역수지의 조기 개선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올 들어 두 달 연속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낸 탓에 미국 달러 환율도 1300원대 중반에서 고공비행 중이다.여행수지 악화가 염려스럽지만 사실 뚜렷한 해법도 없다. 해외여행에 규제를 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단시일 내에 외국 관광객을 확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외국인 방한객에 비해 기형적으로 많은 해외 여행객 행렬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등으로 관광 인프라를 계속 확충해 나가면서 중국 정부의 대한(對韓) 단체관광 불허 풀기 노력을 기울이는 정도가 우선 대응책일 것이다.

정부는 경상수지 악화 기류에 좀 더 주목하면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긴장해야 한다. 전체 경기도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낙관적 전망이 멀어지면서 내년 상승 반전까지 걱정된다. 한·미, 한·일 잇따른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통령이 다시 경제 챙기기에 나서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한동안 주춤한 노동개혁 등 개혁 과제에 집중하면서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적극 부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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