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포르쉐와 명품의 유혹…청춘을 향한 '플라스틱 미끼'

[arte] 이장욱의 청춘이 묻고 그림이 답하다
헤르난 바스의 핑크 플라스틱 미끼
Hernan Bas, Pink Plastic Lures, Acrylic on Linen, 303.5x504.8x5.1cm, 2016.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Hernan Bas, Pink Plastic Lures, Acrylic on Linen, 303.5x504.8x5.1cm, 2016.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낡은 구찌 모자를 쓴 청년이 멍한 눈을 한 채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

청년 뒤에는 방치된 캐딜락과 포르쉐가 있고, 정원에는 플라스틱 플라밍고 모형들이 상자 안팎에 흩어져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청년은 세계인의 아메리칸드림을 자극하는 데 큰 몫을 한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다.

‘이유 없는 반항, 1955’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르며 1950년대 틴에이저를 대변하는 상징으로 떠오른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타다 24세에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기간 세계의 공장이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날 때 전 세계 공산품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됐다.

1950년대에 들어서며 미국은 황금기를 맞는다. 그들은 세계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다인종 다문화의 미합중국을 하나의 미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시작된 고속도로 건설, 텔레비전 보급과 함께 이루어진 전국구 방송 사업은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었다. 일자리는 넘쳤고 해마다 임금이 올랐으며 은행은 너무도 쉽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중산층의 모습, 앞·뒤뜰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주말엔 텔레비전으로 야구 경기를 즐기며 응원을 하는 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닌, 손을 조금 뻗으면 이룰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됐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수많은 광고 역시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했다, 플로리다 마이애미 외곽엔 그렇게 빚으로 지어진 수많은 주택단지가 개발됐고 결국엔 방치된다. 미국의 가장 남단에 있는 플로리다는 따뜻한 기후와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디즈니월드가 있으며, 셀러브리티들의 별장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편으론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역시 많은 곳이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는 디즈니월드 주변에 무분별하게 지어졌다가 방치된 낡은 모텔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저소득 미혼모 가정의 현실을 담아내기도 했다.
헤르난 바스(b.1978)는 쿠바 이민자 2세이자 성소수자이다.

플로리다 마이애미는 쿠바 이민자 2세로 나고 자란 작가의 고향인 동시에 자연에서 플라밍고를 목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플라밍고는 자연 속에서 동성 커플이 많이 발견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동성애의 상징으로 퀴어축제에 상징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플라밍고가 날아간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기 동료로 보이는 수많은 핑크빛 새가 모여 있다. 저곳엔 먹이가 많고 살기 좋은 환경이겠구나 생각한 플라밍고는 방치된 정원에 내려왔다가 그물에 발이 걸린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

이는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수많은 사람이 발이 묶인 채 떠나온 곳보다 더 열악하고 엄혹한 환경에 놓인 현실, 즉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보는 것 같다.

그림 속 청년이 왼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떨어뜨린다. 아메리칸 드림이여 안녕.

우리는 수많은 유혹과 함께 살아간다.

일을 할 때도, 거리를 거닐 때도, 집에 돌아와 핸드폰을 볼 때도 그 유혹들은 여전하다.

지난 코로나19 기간에 코인 광풍으로 몇몇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은 그 미끼를 잘못 물어 좌절과 후회를 했다.

텔레비전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자주 보이는 멋진 집, 좋은 차, 명품 가방, 여행지의 모습은 보는 사람 대부분을 평균치에 다다르지 못한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간다.

조급한 마음은 플라스틱 미끼를 덥석 물게 한다. 가끔 미끄러지거나 현혹당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더욱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오늘의 실패와 좌절은 그저 미끼를 잘 알아보기 위해 숙련되어가는 과정일 뿐이니까.“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 제임스 딘
(Dream as if you'll live forever. Live as if you'll die today. -James Dean)

사망한 지 6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춘을 상징하는 불멸의 아이콘으로 남은 청년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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