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디날리 뇌혈관장벽 투과 플랫폼 기술 도입

[이우상의 글로벌워치]차세대 뇌질환藥 개발 예상
아두헬름과 레켐비 등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한 바이오젠이 약물의 뇌 투과율을 높일 수 있는 약물전달기술(DDS)을 도입키로 했다.

바이오젠은 디날리테라퓨틱스의 항체 전달 플랫폼인 ‘ATV:Aβ’를 도입한다고 12일(미국 시간) 발표했다. 업계는 바이오젠이 ATV:Aβ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뇌 속으로 전달되는 차세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번 협력은 바이오젠이 디날리와 2020년 맺은 공동 개발 및 상업화 계약에 따른 것이다. 바이오젠은 계약 당시 약물전달 기술을 사용하는 권한에 대한 우선권(옵션)을 받았으며, 이번에 사용했다.

바이오젠이 도입한 ATV:Aβ는 트랜스페린 수용체를 활용해 약물을 뇌혈관장벽(BBB) 안쪽으로 집어넣는 약물전달 기술이다. 이전까지 바이오젠이 에자이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별도의 약물전달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항체 의약품이다.

항체는 BBB를 투과하기 어려운 물리적 성질을 갖고 있어 투과율이 0.5% 내외에 그친다. 1000mg을 정맥 투여했을 때 뇌 안으로 이동하는 약물은 5mg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신에 퍼진다. 이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BBB 투과량이 적은 만큼 다량을 투여해야 하는데, 이는 약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국내 BBB 전문가인 김한주 아임뉴런 대표는 “ATV:Aβ는 BBB 너머로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능동수송 기술 중 임상개발 측면에서 선두에 위치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능동수송이란 수용체와의 결합 등으로 세포가 외부 물질을 직접 내부로 유입시키는 활동이다.

이전까지 항체 의약품은 수동수송을 통해 BBB 내부로 진입했다. 인위적 조작이 없는 약물의 자연적 이동인 수동수송은 투과율이 낮다. 능동수송의 투과율은 수동수송 대비 10배 이상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ATV:Aβ는 사람에서 작동함을 검증(POC)한 몇 안 되는 능동수송 플랫폼 기술이다. 디날리 외 선두 업체로는 트랜스페린 수용체를 표적하는 비슷한 플랫폼 기술을 가진 일본 제약사 JCR파마슈티컬스가 있다.김 대표는 “능동수송과 수동수송 중 어떤 방식으로 BBB를 통과시켰느냐에 따라 효능이나 부작용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며 “ATV:Aβ를 적용한 항체 의약품에서 아밀로이드 영상이상(ARIA) 등 부작용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관심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능동수송을 이용해 약물을 뇌 안쪽으로 전달하려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사노피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트랜스페린 수용체 대신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 수용체를 표적하는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보유했다.

국내 신약벤처 아임뉴런은 디날리처럼 트랜스페린 수용체를 표적하는 약물전달기술인 트랜스맙(TRANSMAB)을 개발하고 있다. BBB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트랜스페린 수용체와는 결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디날리와의 차별점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BDDS)과 관련해 지난달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13일 14시 15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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