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긴축 제동? 환율 22원 급락·국채금리 15년來 최대폭 하락

14일 2월 소비자물가 발표 촉각
긴축완화 기대 이어질지 미지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국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2원40전 내린 1301원80전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298원30전까지 내리기도 했다.
긴축 충격으로 SVB가 파산하고 다른 은행이나 스타트업도 비슷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Fed가 오는 21~2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퍼진 데 따른 것이다. SVB 사태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Fed가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 등을 이유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SVB 사태 이후 선물시장에선 빅스텝 예상 확률이 0%로 떨어지고 베이비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일각에선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 달 만에 103대로 내려왔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SVB 파산은 Fed의 양적긴축이 중소형 은행의 자금 사정을 일순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Fed의 양적긴축 속도 조절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인) 최종금리 재조정 가능성 등이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장·단기 국채 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시장 지표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268%포인트 내린 연 3.435%에 마감했다. 2008년 10월 9일 0.28%포인트 하락한 후 최대 낙폭이다.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19%포인트 하락한 연 3.398%에 거래를 마쳤다.

Fed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14일로 예정된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에 따라 외환·채권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처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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