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中 굴기 막는다

로이터 "日도 이르면 이번주 동참"
中, 범용 반도체 생산 차질 위기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있는 네덜란드가 반도체 기술 수출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네덜란드가 행동에 나서면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ASML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이 막힌 중국이 기술 탈취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 차원 통제목록 만들 것”

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이날 의회에 “국가 안보를 위해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관련 규정은 올해 여름이 가기 전에 도입될 것이며 국가 차원의 통제 목록을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스레이네마허 장관에 따르면 특정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기업은 앞으로 정부 허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그는 제재 대상으로 중국이나 ASML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서한을 통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포함해 고사양 시스템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UV 노광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구형 모델이다. EUV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극자외선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기술이다. 회로를 얇게 그릴 수록 반도체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능이 좋아지는 만큼 반도체 미세공정에 꼭 필요하다. DUV는 최첨단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2019년 ASML의 EUV 중국 판매를 금지했으나 DUV 장비 수출은 허용해왔다.

ASML은 수출 규제 강화 예고에 “DUV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라이센스를 신청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ASML “中 기술 탈취 대비”

이날 로이터는 일본도 이르면 이번주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 주요 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4위인 미국 램리서치 등과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DUV 노광장비를 만드는 니콘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까지 행동에 나서면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쓰이는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생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미국의 견제는 연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했고, 지난해 1월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해 이에 동참하게 했다. 최근 발표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세부 내용에는 “국가 안보 우려의 원천이 되는 특정 국가에서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장할 수 없다” 등 중국 첨단 반도체 투자를 금지하는 조건도 달았다.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 업체. 한경DB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를 생산하는 ASML은 중국발 기술 유출 대비에 나섰다. 이날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때보다 지식재산권(IP)과 노하우 유출에 민감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중국은 자체적인 반도체 산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중국이 자체 칩 제조 장비를 개발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ASML에서는 한 중국 법인 직원이 자사 기술에 대한 정보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블룸버그는 이 직원이 노광장비 관련 세부 기술 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를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베인크 CEO는 “ASML의 사이버 및 IP 보안 관련 지출을 매년 두 자릿수 퍼센트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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