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 뱅크 논의 본격화…'소상공인 특화 전문 은행' 나오나

금융위, 핀테크 기업 간담회
"금융업 진입 문턱 낮출 것"

챌린저 뱅크·스몰 라이선스 급물살
소상공인 전문 '한국판 오크노스' 기대
은행업 경쟁 촉진에 팔을 걷은 정부가 소규모 특화은행인 '챌린저 뱅크'와 은행업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한 '스몰 라이선스' 도입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제도권 금융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특화한 은행이 출현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은 공공재"라며 은행의 과점 구조를 문제로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금융위는 7일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핀테크 기업 대표들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금융업의 실질적 경쟁촉진과 혁신 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핀테크 업계에선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핀다 핀크 센트비 줌인터넷 한국신용데이터 해빗팩토리 등 11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권 위원은 "은행의 보수적인 영업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금융을 위해 핀테크 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규율 체계를 마련하고 금융업 진입 문턱을 낮춤으로써 금융권에 실질 경쟁을 촉진하고 전체 파이의 성장이 일어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시노트, '소상공인 특화 은행' 의지

핀테크 업계와 정부가 모두 핵심으로 거론하는 방안은 챌린저 뱅크 도입이다. '도전자'라는 뜻의 챌린저 뱅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중소기업 대출, 환전, 송금 등 특화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을 말한다.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풀 뱅킹'을 지향하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하면 업무 범위가 좁다.

챌린저 뱅크의 개념을 처음 도입하고 활성화한 영국에선 2021년까지 아톰뱅크 몬조 스털링뱅크 레볼루트 등 총 26개의 챌린저 뱅크가 인가를 받았다. 박영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249곳의 챌린저 뱅크가 출현했을 정도로 해외에선 이런 소규모 특화은행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선 소상공인 경영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가 챌린저 뱅크 진입에 대한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약 130만 자영업자의 데이터를 이미 확보한 만큼 소상공인 특화 은행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에는 아직 소상공인 금융에 특화한 전문 은행이 없는 만큼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영국의 오크노스 은행, 아톰뱅크 등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중소기업(SME)에 특화한 챌린저 뱅크가 성업하고 있다. 2015년 창업한 오크노스는 정교한 신용평가 플랫폼을 구축해 직접 대출은 물론 대형 금융사에 대출 심사 결과를 제공해 간접적으로 대출을 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다른 챌린저 뱅크와 달리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 매년 순익을 늘리고 있다. 2019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4억4000만달러를 투자 받으며 평가받은 기업 가치는 28억달러(약 3조6000억원)였다.

"스몰 라이선스, 은행 넘어 모든 금융업으로"

이런 소규모의 특화된 금융회사 설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스몰 라이선스 도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스몰 라이선스는 개별 금융업의 인허가 단위를 쪼갠 것을 말한다. 핀테크 기업도 기존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외환, 정산, 송금, 대출 등 개별 업무에 한해서만 인허가를 내주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 촉진을 위해선 스몰 라이선스를 은행업뿐 아니라 모든 금융업에 걸친 논의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업계에선 핀테크 회사도 입출금 전용 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지급결제업이나 핀테크 회사가 은행에 계좌 이체를 지시할 수 있는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을 도입해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인터넷 전문 카드사'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퇴직연금 운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과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과 함께 논의했다가 중단됐던 안건들이 대거 다시 올라왔다"며 "다만 한국은행과의 협의를 비롯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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