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공룡들은 왜 점점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을까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됐습니다. 시장은 당시 2월 FOMC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발언에 환호했었는데요. 이번 회의록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 회의록에서 시장의 걱정을 크게 덜어줄 무언가가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투자자들이 연준 2월 FOMC 회의록에서 확인한 것은 비록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이 모두 기준금리 25bp 인상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내부에서 2월에도 50bp,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게 적절하다는 시각과 진술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플레이션 완화(disinflationary process) 과정이 보인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처음으로 나왔던 2월 당시,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FOMC 이후 여러 지역 연은 총재의 입을 통해 확인이 미리 되기도 했었지요.
표는 25bp 인상에 던졌지만, 50bp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소수 의견을 기록에 남긴 점을 특별히 과도하게 해석할 상황도 아니기는 합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더 큰 결의가 필요한 시점인지 아닌지는, 그동안 연준이 밝혀온대로라면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연준이 2월 이후에도 여전히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부분은 이미 시장에 반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고물가가 잡히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고, 기업 실적들도 생각보다 좋지 않은 점 등이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 실적 발표 이후에 소매 판매 기업들이 실적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월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분기 매출이 매출 1,640억달러, 주당순이익 1.71달러로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을 밝힌 실적 가이던스가 월가의 예상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가 내놓은 1분기 주당순이익 가이던스는 1.25달러에서 1.30달러 사이인데, 월가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인 1.37달러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CFO는 미국이 "경기침체로 기울 수 있다"며 "우리는 소비자 지출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리해고와 가계 소득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신중한 전망을 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투자은행인 D.A. 데이비슨도 미국의 "소비자 지출 패턴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소매업체들이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내세울 인센티브가 정말 없는 상황"이라며 보수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지출 패턴이 더 명확해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야 하겠지요. 여전히 강한 미국의 소비 지출 자체에 허수 혹은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지도 여기에 포함이 될 겁니다. 관련해서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미국 가계의 신용카드 연체와 늘어나는 신용카드 부채일 겁니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2022년 4분기 기준 미국의 가계 신용카드 부채가 1조달러에 가까운 9,860억달러까지 늘어났고, 연체율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이 보고서에서 확인됐습니다. 4분기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0.6%p,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0.4%p 각각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의류 등 임의소비재 품목을 상대적으로 많이 구매하는 젊은 층들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30대-20대-40대-50대-60대-70대 순)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간과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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