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안전공단의 근로자건강센터 운영, 불법파견 아냐" 판결 확정

경제재판 포커스

대법원, 센터 퇴직직원 상고 기각
파견 아닌 하청 근로자로 인정
원청이 직접 고용할 의무 없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외부기관에 위탁해 운영 중인 근로자건강센터 직원들이 불법 파견자가 아닌 하도급 근로자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근로자건강센터 근로자들을 지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따는 판결이 잇따르던 가운데 이와 반대되는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불법 파견 판단문제를 두고 노사가 더욱 치열한 법적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재판장 노태악 대법관)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다 퇴직한 A씨가 자신을 파견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를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지만 원고 주장엔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근로자건강센터는 50명 미만이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직업성 질환 예방과 상담 등을 하는 기관으로 전국 2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2012년 4월 문을 연 이후 2019년까지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위탁 운영해 오다가 2020년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으로 위탁운영 기관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2013년부터 일해온 A씨는 새 위탁운영 기관이 고용을 승계하지 않으면서 그 해 퇴직했다.

A씨는 실직 후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직원들은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업무 수행에 관한 지휘·명령을 받기 때문에 파견근로자”라고 주장하며 산업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파견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2년 이상 파견근로자로 근무한 직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위탁운영계약의 실질은 도급계약”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 대한 운영실태 평가가 공단의 성과관리 지표에 맞춰 이뤄지고, 공단이 통합전산시스템을 통해 센터의 주간·월간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각 센터가 근로자 인사관리를 자체적으로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단과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위탁계약에 근거한 도급 관계”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 불법 파견의 근거로 지목됐던 운영실태 평가에 대해선 “개별적인 업무수행 방식과 관련한 점검 항목이 없기 때문에 (공단이) 이를 활용해 A씨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업무를 지시하거나 구체적인 업무 과정과 방법을 감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기업들이 하도급 근로자의 불법 파견 여부를 다루는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던 상황에서 나온 원청의 승소 확정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포스코가 해당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제철, 한국GM 등도 똑같은 소송에 휘말려 2심에서 패소한 뒤 현재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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