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로펌 '스토브리그'…러브콜 '0순위'는 고법 판사

"능력·인맥 검증된 엘리트"
올해 퇴직자 '3분의 2' 영입
연초 뜨거웠던 로펌업계 ‘1차 스토브리그’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법원 인사철에 맞춰 법관 영입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 가운데 고등법원 판사들의 존재감이 유독 빛났다는 평가다. ‘베테랑 중에서도 검증된 엘리트’라는 평판 속에 로펌들이 앞다퉈 고법 판사를 영입해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원 정기인사 때 퇴직한 고법 판사 15명 중 10명이 로펌 변호사로 새 출발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이호재(사법연수원 28기)·천지성(35기)·김도현(36기) 서울고법 판사와 박성준 부산고법 판사(31기) 등 네 명을 영입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정수진(32기)·김영진(35기) 서울고법 판사, 세종은 강문경(28기)·권순열(31기) 서울고법 판사를 새 식구로 맞았다. 바른(김용하·27기)과 해광(이완희·27기), 화우(양시훈·32기), 율촌(최웅영·33기)도 서울고법 판사를 영입했다.고법 판사는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인 로펌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퇴직 후 3년)을 받지 않고 영입할 수 있는 베테랑급 법조인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함께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다. 일단 15년 이상의 경력을 채운 법조인 가운데 발탁된 인물이란 점에서 능력이 검증된 판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고법에서 첨예한 쟁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항소심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쌓은 경험 역시 로펌이 눈독 들이는 자산이다.

한 판사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고법 판사는 경험과 실력, 인맥 모두 검증됐기 때문에 늘 영입 후보에 올라가 있다”며 “조세나 공정거래, 노동 등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까지 갖췄다면 스카우트 0순위”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주요 로펌들은 매년 법원 인사가 나기 한참 전부터 그만둘 것으로 예상되는 고법 판사를 점찍고 영입 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고법에서 사상 최다 퇴직자가 나오면서 영입 경쟁이 더 치열했다는 평가다. 고법 퇴직 판사 수는 2011∼2015년 연간 1~2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20년 11명이 그만둔 데 이어 2021년 9명, 지난해 13명이 법복을 벗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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