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들어간 증시…자산배분 ETF로 시장 수익률 넘어라

신중-낙관론 팽팽
자산배분 상품 주목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채권·원자재
투자 비중 조절

PPI·RLY·RAAX 등
작년·올 1월 모두 플러스

상품별 성과 차이 커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보수도 고려해야
‘1월 랠리’를 마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증시에서 신중론과 낙관론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은 반면 경기침체 우려와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도 드리우고 있다.

증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며 자산배분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산배분 ETF는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채권, 원자재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이다.

시장을 이긴 자산배분 ETF

12일 키움증권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자산배분 ETF 47종을 분석한 결과 네 개 상품은 지난해 연간 수익률과 올해 1월 수익률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AXS 아스토리아 인플레이션 센서티브’(종목코드 PPI) ‘SPDR SSgA 멀티에셋 리얼리턴’(RLY) ‘반에크 인플레이션 얼로케이션’(RAAX) ‘구스 할로우 택티컬 얼로케이션’(GHTA)이 주인공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들 ETF의 공통점은 액티브 전략을 채택해 시장 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티브 전략은 펀드매니저가 투자 대상과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은 분기·반기·연간 단위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게 보통이다.김 연구원은 “운용 전략이 우수한 상품을 잘 선별하면 지난해처럼 증시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도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액티브 전략 적극 활용

PPI는 인플레이션 헤지(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 방어)를 목표로 한 상품이다. 에너지·금융·산업재 관련 주식과 채권, 원유·구리·금·은 등 원자재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이 ETF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4%, 지난달 월간 수익률은 8.7%였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등락률은 각각 -19.5%, 6.3%였다. PPI는 매달 포트폴리오 구성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물가연동채(TIPS: 투자 원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뒤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 비중을 늘렸다. 속도는 다소 둔화할 수 있어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경기침체 가능성과 달러 약세를 반영해 금 비중도 높였다.GHTA는 인플레이션 헤지보다는 포괄적인 자산 배분에 초점을 맞춘 ETF다. 미국·글로벌 주식, 미국 채권,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 마스터합자회사(MLP) 등을 폭넓게 담고 있다. MLP는 에너지와 인프라 등의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합자회사다. GHTA는 작년 한 해 1.6% 오른 데 이어 올 1월에도 5.9% 상승했다.

GHTA도 포트폴리오를 매달 조정하는데, PPI와 반대로 기술기업 주식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금리 불확실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RLY는 TIPS와 부동산, 인프라 기업, 자원 채굴기업 등을 주로 편입했다. 자산별 비중 배분은 퀀트(계량분석) 모델과 펀드매니저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고 있다. RAXX는 천연자원·원자재 관련 기업, 리츠, MLP와 각종 대체자산 관련 ETF 20여 종에 분산 투자하는 ETF다.

“상품 따라 수익률 편차 클 수도”

전문가들은 자산배분 ETF에 투자하기에 앞서 운용 전략과 보수 등을 꼼꼼히 비교할 것을 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산배분 ETF는 액티브 전략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며 “펀드매니저의 시각이 제각각인 만큼 상품별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즈던 다이나믹 멀티에셋’(GDMA) 등 일부 상품은 상승장이 펼쳐진 지난 1월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배분 ETF의 운용보수는 PPI 0.75%, RLY 0.50%, RAAX 0.87%, GHTA 1.12% 등이며 일부 상품은 2%대에 이른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DPR S&P500’(SPY)나 ‘뱅가드 500’(VOO) 등의 운용보수는 0.03~0.09% 수준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