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브, SM엔터 전격 인수…이수만 지분 등 주당 12만원

인수전 참여 공식화
지분 40% 1조 1000억에 매입
카카오도 '맞불' 놓을 가능성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사진=연합뉴스)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지분과 소액 주주 지분을 같은 가격에 사들여 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본지 2월 9일자 A19면 참조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이 총괄이 보유한 SM엔터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 총 4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 이 총괄 지분 인수 가격과 동일한 가격에 공개매수를 다음달 1일까지 시행해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매입 대금은 7000억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날 SM엔터 주가는 0.2% 하락한 주당 9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서는 30.98% 급등했다.

하이브는 1세대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을 함께 공략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총괄도 지분 약 3%를 계속 보유하며 방 의장과 함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해법을 모색해 나가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SM엔터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창업자인 이 총괄이 경영진과 갈등을 빚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이 총괄이 자신의 지분을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협상 파트너로 하이브를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한 SM엔터 경영진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어렵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증자를 완료하면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9.05%를 확보한다.이 총괄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시혁, 이수만과 손잡고 지분 인수…'1兆 실탄' 보유한 카카오 대응 주목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SM엔터 지분을 시장에 처음 내놓은 2020년부터 SM엔터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해왔다. 소녀시대 에스파 샤이니 등 SM엔터 아티스트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군 입대를 앞둔 방탄소년단(BTS)의 공백을 메우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하지만 이 총괄은 후발 주자이자 경쟁사인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어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 총괄은 CJ, 카카오 등과 지분 매각 협상을 계속했지만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상황이 바뀐 건 SM엔터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 총괄에게 반기를 들면서다. 이 총괄이 독점하던 프로듀싱을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현 경영진이 카카오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이 총괄의 상황은 더욱 급해졌다. 이에 이 총괄이 먼저 하이브에 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이브는 인수에 성공하면 SM엔터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분쟁을 겪고 있는 SM엔터의 지배력을 확보해 1세대 K팝 회사에 걸맞은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괄도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SM엔터 관계사 지분을 하이브 또는 SM엔터테인먼트에 양도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주주들이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 단가를 어떻게 평가할지 여부다. 주당 12만원은 전날 종가(9만8500원) 대비 21.8% 높다. SM엔터 인수를 추진해온 카카오가 가격을 높여 또 다른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충분한 실탄을 갖추고 있다.

이 총괄이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관건이다. 다음달 초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카카오의 투자가 무산되면 하이브 승리로 무게가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이동훈/차준호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