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얼굴 보고 발부하겠다는 法…검찰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검찰 "법원 전관 변호사에게만 좋은 상황"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 연합뉴스
법원이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뿐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하기 전 검사와 당사자를 불러 심문할 수 있도록 규칙 개정에 나선 가운데, 검찰은 “법원 전관 변호사에게만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대면심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대법원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지금까지 압수수색 영장은 판사가 수사기관이 제출한 서면을 읽어본 뒤 발부 여부를 결정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판사의 대면 심문이 의무화된 구속영장 발부율에 비해 10%p가까이 높았다. 대법원은 “대면심리는 미국에서는 이미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절차”라며 “대면심리가 가능하게 되면 압수수색의 실체적 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그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는 결국 돈 있고 힘 있는 사람과 법원 전관 변호사들에게만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실제 이익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실제 추가적이고 복잡한 제도와 절차가 생길수록 변호사들에게만 유리해진다”며 “법원 전관들이 곧 압수수색이 있을지 모르는 돈 많고 힘 있는 수사 대상자들에게 주요 영업 포인트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 없는 서민 일반인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밀행성을 핵심으로 하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검찰청은 이날 “범죄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공개되고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 기밀 유출과 증거 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이어 “70여 년 지속된 압수수색영장과 관련해 생경한 절차를 도입하려면 국민과 관계 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와 숙고를 거쳐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 의견 수렴·협의 없이 규칙 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전에 어떤 협의나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규칙 개정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하게 돼 유감”이라고 했다.

이같은 검찰의 반발과 관련해 대법원 측은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심문대상은 통상 수사기관이나 제보자가 될 것이고, 피의자와 변호인은 수사 밀행성을 고려할 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심문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검찰이 영장이 발부돼야 하는 이유를 판사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에 불리하기만 한 제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대법원은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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