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면세점 굴기'…인천공항 사업권 노린다

10년 면세점 사업권 입찰 설명회
중국면세그룹 등장에 업계 당황
"참여 땐 사업권 가격 천정부지"
한국 '면세 경쟁력' 약화 우려

28일 사업제안서 제출 주목
지난달 12일 인천 운서동 인천국제공항공사 서관 1층 대강당은 일순 술렁였다. 2월 28일이 사업제안서 제출 마감 시한인 10년짜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 설명회에 중국면세그룹(CDFG)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CDFG가 설명회에 온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전혀 예상을 못한 터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CDFG의 설명회 참석은 그 자체로 국내 트래블 유통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CDFG는 설명회에 인천공항공사 출신 A씨를 대동해 업계에선 ‘입찰에 상당한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는 6년여 전 공항 상업개발 및 운영·관리 담당으로 면세점 입찰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국내 사업자가 CDFG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입찰에 써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많게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며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CDFG가 입찰할 가능성만으로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CDFG가 해외 진출에 첫발을 뗐다는 점도 한국 면세 산업에 ‘적신호’로 해석된다. 한국은 세계 면세 시장 1위다. 2019년 기준 글로벌 점유율이 25.6%에 달했다.업계 관계자는 “홍콩이 석권했던 시장을 롯데, 신라 등 국내 사업자들이 고군분투해 2010년께부터 빼앗은 것”이라며 “자칫하면 한국의 1등 지위가 권불십년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총 178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2011년을 기점으로 면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의 지출을 중국 기업에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다. 남쪽의 휴양지인 하이난을 국가면세지구로 지정하고, 이곳에 방문하는 중국인 1인당 면세품 구매 한도를 작년 말 기준 10만위안(약 1720만원)으로 올렸다.

CDFG는 이 같은 지원책의 최대 수혜자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2021년 세계 1위(매출 93억9600만유로)에 등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후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인천공항으로 몰려들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CDFG가 인천공항 진출을 타진하는 건 중국 관광객을 흡수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명품 브랜드와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 등 글로벌 명품 그룹은 ‘짝퉁’ 판매를 우려해 CDFG에 상품을 공급하는 걸 꺼린다”며 “인천공항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간주해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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