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공무원 비판한 中 CCTV…"일을 안 하면 실수도 없다"

중국 CCTV가 지난 21일 방영한 춘제 특집 쇼 춘완의 코미디 단막극 '갱'의 한 장면. 웨이보 캡처
공무원의 직무 태만 행태를 비판한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의 특집 프로그램이 중국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23일 베이징청년보 등에 따르면 춘제(중국 설) 전날인 지난 21일 밤 CCTV가 방영한 특집 쇼 '춘완(春晩)'의 코미디 단막극 '갱(坑)'은 도로에 파인 웅덩이를 6개월째 복구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부서에 떠넘기는 하오 국장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이를 통해 '탕핑(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이 만연한 중국 공직사회의 실상을 풍자했다. 하오 국장은 "나의 신조는 '일을 많이 할수록 실수가 많고, 적게 하면 실수가 적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새로 부임한 상사가 신분을 속이고 웅덩이에 빠졌다고 항의하자 그는 "내가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중이 도로의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이 코미디 단막극은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조회 수가 8억 건을 넘는 등 올해 춘완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다. 일각에선 하오 국장의 발언이 중국에서 '백지 시위'를 촉발한 작년 11월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 당시 현지 공무원들의 태도를 꼬집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시 방역 통제를 위해 쇠사슬로 아파트 출입구를 봉쇄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자 일부 공무원은 "자신을 보호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능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며 참사 책임을 피해 주민들 탓으로 돌렸다. 1983년 시작한 춘완은 춘제 전날 밤 5시간가량 CCTV와 온라인을 통해 생방송된다. 매년 170여개 국에서 12억 명 이상 시청하는 등 중국인의 춘제 맞이 관행이 됐다.

중국 최고 사정당국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국가감찰위원회는 춘완 방영 직후인 22일 새벽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을 통해 "탕핑 간부들은 당과 국가의 발전을 망치고 민생 복지를 해치며, 대중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며 "엄정한 규율 집행과 문책을 통해 탕핑 관행을 엄정히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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