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빌라 '통매각 붐'…전용 53㎡가 25억

상업시설로 개발 잇따라

개발업체들, 건물 통째로 사
상업시설 지어 수익 '쏠쏠'
집주인들도 재건축보다 선호

매입 경쟁에 매매가 1년 새 40%↑
일반인 투자 문의도 이어져
"구매 대기자 많지만 매물 없어"
서울 성수동에서 재건축 대신 상업시설 디벨로퍼에 건물을 통째로 파는 노후 빌라가 늘고 있다. 최근 소유주 동의를 얻어 통매각을 결정한 정안맨션3차. /유오상 기자
서울의 신흥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 일대에서 빌라·맨션 건물을 통째로 사고파는 ‘통매각’이 성행하고 있다. 상업시설을 지으려는 디벨로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용면적 53㎡ 빌라가 25억원(3.3㎡당 1억4000만원)에 팔리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자 재건축을 포기하고 통매각으로 선회하는 소규모 단지도 늘고 있다.

3.3㎡당 1억5000만원…통매각 선회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동 내 주요 소규모 재건축 추진 단지였던 정안맨션3차 조합은 최근 소유주의 80%가 재건축이 아닌 통매각을 선택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단지 전체를 매수해 상업시설을 짓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매각 제안 가격이 앞서 통매각된 단지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용면적 3.3㎡당 1억5000만원까지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앞서 거래된 빌라나 연립주택에서도 협상 결과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랐는데, 전용면적 1㎡당 5000만원을 받아 53㎡ 빌라를 25억원이 넘는 돈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 지금 협상 중인 단지가 다수 있는데, 비슷한 가격이 제시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안맨션3차는 지역 내 첫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지로 기대를 모았다. 2020년 한성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2021년에는 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지난해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을 앞두고 주민 간 견해차가 커졌고, 결국 지난해 8월 성동구로부터 사업시행인가 신청 반려를 통보받았다. 재건축 사업이 더뎌지자 주민들은 통매각 제안을 받아들여 동의율 80%를 넘겼다.정안맨션3차뿐 아니라 성수동 내 다른 단지들도 통매각 개발이 한창이다. 지난해 재건축을 포기하고 조합을 해산한 장안타운의 경우 400억원대에 통매각이 이뤄졌고, 인근 홍익주택 역시 810억원에 팔렸다. 3.3㎡당 1억2500만원가량에 매매가 이뤄진 셈이다. 주변 빌라의 실거래 가격이 3.3㎡당 300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인근 연립주택은 지난해 전용 60㎡가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통매각이 이뤄진 단지 바로 옆 소형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전용 59㎡가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상업시설 대박 기대에 매수 경쟁 가열

개발업체들이 웃돈을 줘가며 빌라·연립주택 등을 통매입하는 것은 상업용지가 부족한 성수동 상권의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통매입 후 상업시설을 지으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성수동에서 통매입을 추진 중인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성수동 인근이 모두 준공업지역이어서 통매입 후 상업시설로 전환한 개발업체들은 큰 이익을 얻었다”며 “좁은 면적의 상업용 건물도 성수동에서는 300억원이 기본이기 때문에 큰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단지면 돈을 더 주더라도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벨로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수동 내 상업용 부지 가격도 치솟고 있다. 최근 성수동 내 332㎡ 규모 공장 부지는 250억원에 매매됐다. 바로 옆 같은 크기 공장 부지가 지난해 1월 180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약 40% 오른 셈이다.통매각과 개발사업 기대가 커지면서 일반인의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 성수동의 공인중개사는 “60㎡ 수준의 빌라가 2020년 7억원대에서 지금은 13억원대에도 거래되고 있다”며 “그마저 매물이 없어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문의 전화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