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맛없는 급식 더 못참아" 계약해지 속출

대기업 배제가 부른 '급식 참사'

중소업체 노하우 부족한데다
구인난·고비용에 식사質 하락
기사와 무관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에 있는 한 공공기관은 지난여름 구내식당 운영을 맡는 급식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업체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분기별 만족도 조사에서 3연속 낙제점을 받았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수준 미달의 중소 급식업체가 공공기관 단체급식을 수주한 탓에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해지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한 공공병원의 구내식당 운영 업체는 올해 초 계약 기간인 2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식당 운영을 포기했다.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급식 상황은 더 열악하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급식 사업장은 최악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일할 사람은 없는데 임금은 계속 오르다 보니 식사의 질은 떨어지고, 그 결과 계약 해지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처럼 악화한 데는 정부가 공공기관 단체급식 입찰에 중소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묶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공기업에 다닌다는 죄로 언제까지 맛없는 밥을 먹어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단체급식 입찰 제도 개선안을 포함시켰다. 공공기관 단체급식의 입찰 참여자격과 우선협상자 선정 기준을 완화한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1일 1000식 이상의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할 업체를 모집할 때 이전에 이 같은 규모의 구내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없더라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선 “단체급식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단체급식은 식수가 늘어날수록 경험과 노하우, 설비, 인력 등이 뒷받침돼야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대기업 계열사를 입찰에서 배제하는 규제를 유지한 채, 입찰 참여 자격의 ‘허들’을 대폭 낮추는 바람에 공공기관에 때 아닌 ‘급식 한파’가 불고 있다는 지적이다.단체급식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봤을 때 무조건 기준을 완화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보다는 ‘투트랙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500인 이하 사업장은 중소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치고, 식수가 그보다 많은 사업장은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해 누구나 입찰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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