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태어난 땅, 십자가를 메고 걸었던 길…고난의 흔적 좇다

세계 기독교 성지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부터
예수 세례지였던 요단강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성지

140년째 건설 중인 가우디 유작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성당'
유럽에서 온 정교회 신자들이 이스라엘 여리고 인근 요단강 세례터에서 세례의식을 재현하고 있다. 예수는 이곳에서 제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구은서 기자
일상을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스스로를 시험했듯이. 언젠가 순례자로 다시 태어나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성탄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기독교 성지를 정리했다. 교황청 등이 공인한 성지 외에 기독교 관련 유적지도 포함했다.

“당신이 이곳에 여행객으로 들어왔다면, 떠날 때는 순례자가 돼 있을 것이다.”지난달 찾아간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베들레헴의 성(聖) 캐서린 교회 출입문에는 이런 글이 붙어 있었다. 베들레헴은 예수가 탄생한 것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2000년 전 ‘신의 아들’ 아기 예수가 눕혀졌다는 초라한 돌 구유(말 먹이통), 그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순례자들을 보고 있으면 종교에 무심한 사람일지라도 신의 존재에 대해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순례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예수의 존재를 확인하고, 걸음마다 기도하고, 종교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 인류의 유물을 둘러보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영토 분쟁 중이라는 위험까지 감수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방문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곳은 ‘성지 중의 성지’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발자취를 좇는 순례 코스가 유명하다.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곳으로, 지하동굴에는 예수 탄생 지점을 표시한 14개 꼭짓점의 은색별이 있다. 이어진 동굴은 ‘성경 세계화’의 현장이다. 가톨릭교회 4대 교부로 꼽히는 성인 예로니모(제롬)는 이곳에서 히브리어로 쓰인 신구약 성경을 라틴어로 완역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의 복장으로 14년째 수행 중이라는 미국인 제임스 조지프. /구은서 기자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의 첫 기적을 기념하는 가나 혼인잔치교회, 떡 5점과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난 갈릴리 호수, 예수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알려진 요단강 세례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성지다. 예루살렘은 예수의 죽음과 고난, 그리고 부활의 현장이다. 하이라이트는 예수가 못 박히기 전 십자가를 지고 걸었다는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 아랍인 지역을 가로지르는 이 길을 직접 대형 십자가를 짊어지고 걷는 순례자들도 만나볼 수 있다.

바티칸·스페인·독일

굳이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성지순례를 떠난 게 아니라고 해도 유럽 여행자는 누구나 순례자가 된다. 로마제국이 313년 가톨릭을 공인한 이후 유럽 곳곳에 교회가 세워졌다. 역사적 건축물은 대부분 교회다.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해 현재도 건설 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는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유작이다. 옥수수 모양의 탑, 마치 살아 있는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석재 기둥, 별을 닮은 기하학적 무늬로 장식된 천장 등이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약 한 달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걸으며 삶을 돌이켜보는 일은 신앙과 무관하게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가톨릭 신자라면 바티칸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바티칸 홈페이지에서 일정표를 확인한 뒤 서류를 갖춰 국제팩스 등으로 신청, 티켓을 수령해야 참석 가능하다. 로마 초대 주교인 교황 성 베드로 무덤 위에 세워진 성 베드로 대성당, 라오콘 군상 등 진귀한 작품으로 가득한 바티칸 박물관 등도 바티칸에 자리잡고 있다.

종교개혁의 현장인 독일 역시 기독교 역사상 주요한 공간이다. 비텐베르크 성(城) 교회는 젊은 수도사 마틴 루터가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95개 조 반박문을 붙인 곳이다. 그가 종교재판을 받은 보름스 대성당 등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도심 곳곳 성지가 자리한 한국

비행기를 타야만 성지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내에도 기독교 성지가 적지 않다. 서울 합정동에 자리한 절두산순교성지는 한국에 가톨릭이 움트던 조선시대 후기, 수많은 천주교 신자가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장소다. 한국 최초의 장로교 교회인 새문안교회, 최초 감리교 교회인 정동제일교회 등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성지다.이 밖에 기독교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는 경기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일제강점기 가슴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화성 제암리교회, 1920년대에 지어진 한옥과 1930년대에 건축된 고딕양식 건물이 조화를 이룬 경남 진주 문산성당 등도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베들레헴·예루살렘(이스라엘)=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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