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칩4 동맹 참여…국가 생존 위한 필연적 선택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어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4에 국익 차원에서 참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본 대만과 달리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우리 정부가 참여 의사를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칩4는 미·중 기술 패권 충돌로 촉발된 21세기 신냉전 시대에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반도체 연합군’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도체 글로벌 생태계에서 동맹 4개국은 차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호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장비, 일본은 반도체 부품, 한국과 대만은 각각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TSMC 등을 통해 생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이런 공급망 구조를 생각하면 칩4 참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연이다. 역할 분담이 너무나도 잘 돼 있는 4개국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면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정보 교환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 장관이 “반도체라는 정말 놓칠 수 없는 산업 육성을 고려하면 칩4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분야가 산업을 넘어 국가 명운이 걸린 전쟁터 성격을 갖다 보니 각국의 지원도 총력전 태세다. 미국과 대만, 일본 모두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거나 설비투자·연구개발(R&D)에 세제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런 국제 흐름에 유독 역행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반도체 특별법 중 공장 인허가 관련 법안만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을 뿐, 핵심인 세제 지원 법안은 여전히 야당 반대에 막혀 표류하는 실정이다.

미·중 패권 충돌은 우리에게 ‘중국 기업 없는 미국 시장’ ‘미국 기업 없는 중국 시장’(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하듯 이런 엄청난 기회에 국력을 신장할 수 있도록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반도체 세제 지원에 ‘대기업 특혜’ 프레임을 씌우는 야당 의원들은 후일 역사의 심판을 피할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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