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창간 133년 만에 첫 여성 편집장 나왔다

英출신 에마 터커, 내년 3월부터 편집국 이끌어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창간 133년 만에 첫 여성 편집장이 탄생했다.

12일(현지시간) WSJ의 모회사인 뉴스코퍼레이션은 영국 언론인 에마 터커(56·사진)를 차기 편집장으로 지명했다. WSJ가 1889년 창간된 지 133년 만에 ‘유리천장’이 깨졌다. 임기는 내년 2월부터로 현 편집장인 맷 머리의 인수인계를 거쳐 3월부터 본격적으로 WSJ를 이끌게 된다.

터커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PPE)을 공부하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FT위크엔드 편집장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 편집장을 지냈다.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 모두 뉴스코퍼레이션 소속 매체다.

터커가 편집장을 지내는 동안 선데이타임스는 여러 굵직한 보도를 했다.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책을 다룬 기획 기사가 화제를 모았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로비와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금품 수수 의혹 등을 보도했다. WSJ는 “터커는 어려운 주제를 깊이 파헤치는 탐사 보도를 지원해왔다”고 평가했다.

터커는 전 세계 종이신문의 관심사인 디지털 전환에서도 성과를 냈다.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의 디지털 구독자 수는 2019년 약 32만 명에서 지난 9월 기준 45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가 재임한 약 3년간 41%가량 늘었다. WSJ 역시 유료 디지털 전환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매체다. 지난달 기준 WSJ의 온라인 전용 구독자는 315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다.

로버트 톰슨 WSJ 대표는 “터커는 디지털 지성과 높은 도덕성을 지닌 명석한 편집장”이라며 “그의 비전과 경험은 WSJ가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는 시기에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커는 “이 위대한 신문의 편집장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