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멈춰 세운 기세 몰아…정부, 週 52시간·호봉제 개혁 '속도'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이번주 개혁안 발표

'원칙 대응' 지지 받자 기류 변화
시행령·지침 규정서 벗어나
노동관련법 개정 강한 의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1주→1개월~1년으로 확대
직무급 체계 확산 주요 과제

"이참에 중대재해법도 손질"
< 휘발유 운송도 정상화 > 화물연대 총파업 종료 이후 첫 주말인 11일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현대오일뱅크 공장에서 탱크로리 트럭이 기름을 싣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주 초 제품 출하량이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워 화물연대 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여세를 몰아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주 52시간제 관리 단위를 ‘1주’에서 ‘1개월~1년’으로 바꾸고 연공서열 위주의 호봉제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꿀 방침이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같은 ‘미세 조정’뿐 아니라 ‘법 개정’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기세 몰아 노동개혁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이번주에 (노동문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개혁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토대로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기류”라고 전했다.

특히 지금까지는 여소야대 탓에 노동개혁을 하더라도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행정부 지침 개정’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동계 파업 대처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다. 정부 내에선 내년 초 근로기준법 개정까지 착수할 방침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대부분 노동 관련 법 개정이 필수”라며 “시행령 개정 같은 주변적 조치만으로는 노동개혁에 가속이 붙기 어렵다”고 했다.정부 안에선 중대재해처벌법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선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중대재해법 처벌 방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노동계 파업 대처 과정에서 정부의 자신감이 커진 게 기류 변화의 배경이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고수해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고, 이것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자 정부 노동개혁에도 탄력이 붙게 된 것이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5,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5%를 기록해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40%를 넘었다.

경직된 주 52시간제 손본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주 52시간제와 임금제도다. 분수령은 조만간 발표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개혁안 발표다. 연구회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마련하는 전문가 집단이다.현재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1주’에서 ‘1개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1년’ 중 하나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게임 개발자처럼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근로자의 경우 바쁠 때 주 52시간 넘게 일한 뒤 나중에 몰아서 쉴 수 있도록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대신 관리 단위를 ‘1개월 이상’으로 바꾸면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해 근로일과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변호사, 변리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선 ‘주 단위 주 52시간제 적용’에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근로시간에 대한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고소득 사무직을 생산직처럼 주 52시간으로 묶는 건 어불성설이란 의견이 산업 현장에선 강하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차원에서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역대 정부가 손대지 못했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손볼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공기업 노조 등 ‘노동 기득권’ 문제도 제기할 방침이다. 연구회는 지난 9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대기업·공공기관 중심 조직 노동의 기득권 보호로 대기업·정규직은 노동시장에서 두텁게 보호되는 데 비해 중소기업·비정규직은 열악한 근로 조건의 덫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정부·여당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조합원의 근로조건이 일반 근로자보다 더 낫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며 “저임금·중소기업 근로자와 대비해 이중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명분을 쌓은 것”이라고 했다.연구회는 연공서열식 호봉제 대신 직무·성과 중심의 직무급 체계 확산도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호봉제는 대기업·정규직 남성이 혜택을 보는 제도라는 것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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