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용필 콘서트, "팬 못만난 4년이 40년 같았다"…'72세 가왕'은 여전히 전성기

올림픽공원 KSPO돔 4회 공연

10여곡을 한번도 안쉬고 열창
1만명 관객 '떼창'으로 화답
신곡 '찰나''세렝게티처럼' 선봬

농담과 너스레 보는 재미도
‘세월도 비켜간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하지 않을까. 집에서 손주들 돌볼 나이에 전성기 못지않은 가창력과 에너지를 뿜어냈으니 말이다. 일흔두 살 조용필(사진)이 4년 만에 찾은 무대를 보면서 그의 이름 앞에 왜 ‘가왕(歌王)’이란 수식어가 붙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의 열기는 여느 K팝 아이돌 스타에 못지않았다. 공연장은 ‘오빠’가 적힌 피켓과 응원봉을 들고 “조용필”을 연호하는 1만 명의 팬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조용필은 내년 정규 앨범 20집 발매를 앞두고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20일 먼저 공개했고, 이를 기념해 네 차례 공연(11월 26~27일, 12월 3~4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 공연을 포함해 티켓이 전부 매진됐다.조용필은 인사말 대신 ‘꿈’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 등 ‘노래 3연타’로 인사했다. 그러고선 팬들에게 “제가 가수 생활한 뒤 (공백이) 가장 길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반갑고 기쁩니다”라고 정식 인사했다.

조용필은 이날 23곡을 불렀다. 이 중 10곡은 한마디 멘트도 없이 연달아 불렀다. 젊은 가수도 중간중간 이야기하거나 게스트를 부르는 식으로 힘을 비축하는데, 가왕에겐 ‘에너지 축적 시간’이 필요 없었다. 두 시간 노래하는 동안 음정과 박자에 흔들림이 없었다.

볼거리도 많았다. 조용필의 기타 연주에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떼창’했다. ‘친구여’처럼 잔잔한 노래를 부르다 ‘모나리자’ ‘고추잠자리’ 등 신나는 음악으로 전환되자 관객들은 몸을 흔들었다.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은 나온 지 며칠 안 됐는데도, 많은 사람이 따라 불렀다.조용필의 농담과 너스레를 보고 듣는 건 또 다른 재미였다. “사랑해요”란 함성이 객석에서 나오자, 조용필은 “나도요”라고 화답했다. 공연 도중엔 “몰입하다 보면 콧물이 나옵니다. 휴지 좀 갖다주세요”라고 말했다. 중장년 관객이 많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온 20~30대도 여럿 눈에 띄었다. 세대를 뛰어넘는 명곡이 워낙 많다 보니,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젊은이도 많이 보였다.

조용필은 ‘여행을 떠나요’로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팬들에게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다섯 번이나 했다. 그 인사에는 자신을 찾아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공연무대가 다시 열린 데 대한 감사함, 일흔둘의 나이에도 두 시간 공연을 너끈히 할 수 있게 몸을 관리해온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묻어 있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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