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금융비용 올해 2배 늘어 46조…"번 돈 절반 썼다"

이자비용 급증에 환손실까지
순이익 8% 갉아먹어

고금리·고환율 직격탄 맞아
금융비용, 1년새 26조 급증
영업이익의 절반가량 차지

삼성·SK·롯데 등 10대 대기업
총차입금 20조 늘어나 147조
올해초 年 3%로 빌리던 자금
최근엔 7~8%로 근근이 조달
한국을 대표하는 30대 상장사의 3분기 누적 금융비용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이 기간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고환율로 인한 금융비용이 기업 실적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비용 급증에 기업 순이익 8%↓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화학 포스코홀딩스 등 시가총액 30대 주요 상장사(금융회사 등 제외)의 올 3분기 누적 금융비용은 45조7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조9796억원(131.2%) 늘어난 금액이다. 이 기간에 이들 기업이 거둔 영업이익(99조9833억원)의 45.7%를 차지했다.

영업 외 비용 중 하나인 금융비용은 이자비용과 외화환산손실, 파생상품손실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비용이 증가할수록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현금창출력이 감소한다. 금융비용이 불어나면서 기업의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시가총액 30대 주요 상장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9조7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9조9833억원으로 11.5% 증가했지만 금융비용 탓에 순이익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금융비용을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14조2658억원) SK이노베이션(6조6353억원) 포스코홀딩스(4조6784억원) SK하이닉스(4조6158억원) 현대중공업(3조671억원) 등의 금융비용이 컸다. 이들 기업은 외환환산손실, 외환차손 등 외환 관련 비용이 큰 폭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290원32전으로 작년 평균(1144원79전)에 비해 145원53전(12.7%) 뛰었다. 환율이 뜀박질하면 원화로 환산한 기업의 외화부채 원금·이자비용이 증가한다.이자비용 부담도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자금 조달을 늘린 데다 시장금리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주요 10대 상장사의 총차입금은 147조1591억원이었다. 작년 말보다 20조3572억원(16.1%) 늘었다.

시장금리는 연초보다 두 배가량 뜀박질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5.536%에 마감했다. 1월 3일(연 2.46%)에 비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 날 3년 만기 BBB-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도 전날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연 11.377%를 기록했다. 금리가 두 자릿수로 치솟은 것이다.

◆대기업 조달금리 연 7~8%로 껑충

금융비용은 앞으로도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기업 실적에도 부담을 줄 전망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조달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 7~8%에 근근이 자금을 마련하는 주요 그룹 계열사가 늘고 있다.지난 17일 롯데그룹 계열사 부산롯데호텔은 만기 1년 사모사채 200억원어치를 찍었다. 발행금리는 연 8.5%였다. 두산퓨얼셀도 같은 날 만기 1년6개월짜리 사모사채 50억원어치를 연 8.5%에 발행했다. 삼성중공업은 15일 만기 2년 사모사채 800억원어치를 연 7.1%에 발행했다. 올해 초 연 3% 안팎에서 자금을 조달한 이들 회사의 금융비용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늘어나면서 줄도산 우려도 번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1만7827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이 34.1%에 달했다.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들 한계기업 비중이 더 높아지거나 부도에 직면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