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자금조달 '골머리'…예금금리 인상경쟁·은행채 발행 자제 권고에 난처

4대은행 은행채 발행 목표 미달
예금 통해 조달도 여의치 않아
기업 대출 수요도 급증 '어려움'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과 수신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면서 시중은행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들어 기업 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자금 조달 방안을 찾지 못해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올해 총 51조원 규모의 은행채 발행을 계획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까지 발행한 은행채는 42조1700억원이며, 잔액은 8조8300억원이다. 은행별 잔액은 국민 3조2100억원, 우리 3조1200억원, 하나 2조5000억원이다. 신한은행만 발행 계획(12조원)을 모두 채웠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들은 연말까지 은행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발행 자제 요청에 제동이 걸렸다. 자금 시장 경색을 해소하려면 은행채 발행을 줄여 회사채 구축 효과를 막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채 관련 일괄신고서 규율을 완화했다.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 예정 금액을 사전에 일괄 신고해야 하는데, 발행액을 줄일 때는 당초 계획의 20% 한도 내에서만 허용됐다. 당분간은 은행이 은행채를 예정보다 훨씬 적게 발행하더라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은 자금 조달 대부분을 예금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으로 시중 자금이 쏠리면 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면서다.은행들은 난처해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대출받기 위해 은행 창구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기업 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10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여기에 금융위가 5대 금융지주에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까지 요청하면서 은행 자금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대부분 은행이 마땅한 자금 조달 방법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정부 정책 지원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자금 부족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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