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글로벌 복합위기 민간 주도 디지털 전환으로 넘어야"

20개국 경제리더 회의
'B20 서밋' 기조연설

"위기 원인 수요보다 공급 충격
민간 주도와 시장 중심으로
경제시스템 바꿔야 극복 가능"

'뉴욕구상' 글로벌 기업과 공유
CATL·폭스콘 등 CEO 앞에서
"AI·차세대 통신·사이버보안 등
韓정부, 디지털 기술개발 지원
아세안 경제구조 전환도 돕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20개국 경제리더 회의인 B20 정상회의에서 “이번 글로벌 복합위기는 수요 측 요인보다 공급 측 충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민간 주도, 시장 중심으로 경제 시스템을 전환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요를 창출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기업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사회에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전환을 혁신의 해법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의 협력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B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B20 정상회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회원국의 경제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행사다. 이번 회의에는 G20 정상 및 고위 관료, 글로벌 CEO 등 약 2000명이 모였다.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위기와는 그 양상과 대응 방식에서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두 위기를 ‘총수요 위축에 따른 경제 침체’로 평가하며 “하지만 이번 위기는 수요 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충격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공급망 차질과 지정학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공급 역량은 축소됐다”며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 역시 공급 측면에서 찾아야 하며 정부의 역할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마존, 폭스콘, CATL 등 혁신기업 CEO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디지털전환을 키워드로 꺼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산업, 데이터와 결합하면서 비용 절감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주도 성장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디지털전환”이라고 밝혔다.이는 지난 9월 발표한 ‘뉴욕 구상’을 글로벌 기업들과 공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반도체·자동차 등 기존 제조업을 넘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으로 경제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도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사이버 보안과 같은 핵심 디지털 분야의 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며 “디지털 생태계는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누구나 디지털 데이터에 공정하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전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를 통해 디지털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고자 하는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아세안과의 공급망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디지털전환, 녹색성장 등 아세안 경제구조 전환의 동반자로서 연대와 협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는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 역시 다변화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베트남 등 일부 국가와 교역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아세안 10개국과 고루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리=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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