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방파제 쌓자"…대기업 20곳 유동성 30조 늘어

돈줄 마르면 끝장…실탄 차곡

삼성전자, 작년말보다 8조 늘어
非금융기업 중 100조 넘어 '유일'

포스코홀딩스 2조, HD현대 3조↑
기아 등 현대차그룹도 큰 폭 증가
단기자금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기업어음(CP) 금리가 연 5%에 육박했다. 8일 상위 신용등급(A1급)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0.04%포인트 상승한 연 4.98%로 마감했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치솟는 CP 금리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아, LG화학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 20곳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25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곳간’에 쌓여 있는 자금이 작년 말보다 3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각 회사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곳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등) 합계는 250조262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기아, 현대모비스, LG전자, SK이노베이션, 포스코홀딩스, 대한항공, 삼성SDS, 삼성물산, 고려아연, 에쓰오일, HD현대, 롯데쇼핑, LG유플러스, 현대제철, 한화솔루션, 동국제강, 세아베스틸지주 등이다.

20개사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221조9788억원)보다 28조2839억원(증가율 12.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247조2434억원)과 비교하면 3조193억원(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3분기(7~9월)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이 가장 많았다. 이 회사의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28조819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120조7811억원)보다 8조388억원(증가율 6.66%) 늘었다. 국내 비금융 기업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100조원을 넘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2위는 포스코홀딩스였다. 포스코홀딩스는 9월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이 20조942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18조1560억원)보다 2조7860억원(15.3%) 늘었다. 최정우 회장이 7월 열린 그룹경영회의에서 “현금 중심 경영에 나서달라”고 계열사에 주문한 것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아(20조3100억원), 현대모비스(10조9554억원)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도 규모가 상당했다. 기아의 현금성 자산이 작년 말보다 15.8%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각각 9조2937억원, 9조1280억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작년 말보다 각각 25.4%, 138.6% 증가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인 HD현대의 9월 말 현금성 자산은 5조604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2038억원(133.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대기업들마저 ‘돈맥경화’ 상황에 몰렸다”며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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