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관광산업 재시동 거는 日

정영효 도쿄 특파원
지난 10월 21일 이바라키현 가미스시의 리조트형 캠핑장에 갔다. 트레일러형 캠핑카에 바비큐용 데크가 딸린 사이트가 하룻밤에 2만5000엔(약 24만원). 하지만 이날은 공짜로 묵을 수 있었다. 일본의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이 10월 11일부터 시행한 여행 지원 제도 덕분이었다. 평일 지원 대상에 묵으면 성인 한 명당 숙박요금을 5000엔 깎아주고, 투숙객 한 명당 3000엔씩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을 준다. 5인 가족인 우리는 숙박요금 1만엔 할인과 1만5000엔어치 쿠폰 혜택을 받았다.

원화보다 더 떨어진 엔화

일본인들은 국내 여행보다 싸기 때문에 해외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는 12월 20일까지는 일본 관광지들이 자국민을 해외 여행지에 뺏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일본은 자국민뿐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을 맞아들이는 데도 필사적이다. 아오모리현은 일본 1위 인지도를 자랑하는 지역 축제에 대한항공 여객기 모양의 축제 차량을 등장시켰다. 11월 4일부터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된 부산과 하카타(후쿠오카) 왕복 뱃길도 열린다. 일본은 줄곧 한국인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다. 원화 가치가 급락해 대부분의 해외 여행지가 무척 비싸게 느껴지지만 일본은 예외다.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떨어져서다.

수급 병목 탓에 일시적으로 급등한 항공권 가격만 11월 중하순부터 정상으로 돌아오면 일본행을 주저하게 하는 고민거리는 사라질 전망이다. 한국에서 집을 나선 지 2~3시간 만에 골프 치고, 스키 타고, 온천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해외 여행지는 일본뿐이다.

이제 한국의 동북아 관광 독점 시대가 깨지게 됐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일본의 ‘코로나 쇄국’ 반사 이익으로 한국은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나라였다.

재방문율 높은 일본

일본의 입국 규제 해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부터 한국과 일본을 고를 수 있다. 안타깝지만 외국인의 인기 관광지 순위에서 일본은 한국을 항상 앞서고 있다. 일본은 2019년 3000만 명 넘는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받은 나라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탄탄한 여행 인프라와 몸에 밴 서비스 정신, 쓴 돈에 비례해 만족도가 보장되는 가격 예측성 등 일본의 관광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인은 어지간한 일본 관광지는 다 가본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일본 소도시 여행같이 남들과 다른 여행 패턴이 뜰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요즘 일본의 주요 여행지와 유명 숙박시설은 관광객에게 자신들의 매력을 어필하는 수단으로 ‘재방문율’을 내세운다. ‘우리는 한철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자신만의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는 곳은 끌릴 수밖에 없다.

지난 2~3년간 한국의 관광지는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이 독차지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신혼부부들까지 제주와 동해안을 찾았다. 그사이 한국의 관광지들은 재방문율을 뽐낼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끌어올렸을까. 빗장을 푼 일본과 겨룰 준비가 돼 있을까. 답이 ‘아니오’라면 21년째인 관광수지 적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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