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연기 클래스로 히트…이번엔 '스타들과의 메신저' 기대하세요"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모험가들
아티스트 IP 플랫폼 '원더월' 김영준 노머스 대표

美 마스터클래스서 영감
스코세이지·커리·잭슨 등
세계 최고 권위자들 나와
지식 아닌 경험 가르쳐
"한국에서 통하겠다" 창업

하정우 수십번 설득해 섭외
자신이 맡은 배역 아닌
연기론 강연…이색 경험
배우 황정민 합류도 주선
원더월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준 노머스 대표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더월 제공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수십 년간 ‘사람 장사’였다. 소속 가수, 소속 배우를 누가 더 많이 데리고 있느냐가 몸집을 결정했다.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엔터 공룡들이 꽉 잡고 있는 시장에 소속 연예인 한 명 없이 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사람이 있다. 아티스트를 위한 무대를 만들고 클래스를 여는 등 아티스트가 가진 지식재산권(IP)만으로 3년간 390억원의 투자를 받은 33세의 창업가, ‘원더월’을 운영하는 김영준 노머스 대표다.

“예술가, 돈만으론 안 움직이더라”

배우 하정우의 ‘연기 클래스’
원더월은 하정우 황정민 기리보이 자이언티 등이 등장해 무대를 열고 강의하는 플랫폼이다. 이들의 각종 굿즈와 팬 메신저도 만든다. 기존 연예기획사와 공연기획사가 하던 일 중 소속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기능만 뺀 회사다.

업계에선 한동안 김 대표가 방송국 PD 출신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굵직한 스타들을 여러 프로젝트에 캐스팅한 화려한 이력 때문이다. 사실 그는 엔터테인먼트 바닥에선 경험이 전무한 경영학도 출신.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자산운용사에서 엔터테인먼트와 소프트웨어, 게임사에 투자하는 역할을 맡았다.

배우 황정민의 ‘연기 클래스’
모두가 레드오션이라고 부르는 엔터 시장에서 그는 두 가지에 꽂혔다. 하나는 2015년 온라인 교육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미국의 ‘마스터클래스’다. 데이비드 로지어가 만든 마스터클래스는 세계 최고 권위자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 농구 스타 스테판 커리, 배우 사무엘 잭슨 등이 강연자로 등장한다.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경험을 가르치면서 단숨에 기업가치가 28억달러(약 4조원, 2021년 기준) 이상 뛰는 것을 목격했다. 때마침 엔터업계의 지각 변동도 있었다.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형 소속사를 나와 1인 회사를 차리는 게 유행했다. 아티스트 IP 서비스까지 내부에서 전담할 수 있는 소속사가 많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 스타들이 자신의 회사를 낸 것. 당시 국내에서 수많은 온라인 클래스 업체가 생겨나는 시기이기도 했다.

“취미와 성인 교육시장 클래스가 많이 생겼지만 예술 분야에 주목했어요. 도제식 교육을 넘어 아티스트가 가진 연기, 작곡, 작사 노하우를 풀어낼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하정우 수십 번 찾아가 설득

뮤지션 기리보이의 ‘뮤직 클래스’
“유명인은 단순히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수요자뿐만 아니라 공급자인 아티스트에게 개런티 이상의 색다른 경험을 주면 한국에서도 통할 것 같았죠.”

‘초대형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게 필수였지만 처음엔 쉽지 않았다. 인맥도 없고, 캐스팅 노하우도 없었다. ‘배우들의 배우’로 불리는 하정우를 무턱대고 찾아갔다. 수십 번 거절당한 끝에 결국 캐스팅했다. 4K 시네마틱 촬영 장비와 세트장을 설치해 하정우의 연기론 강의를 촬영했는데, 하정우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SF9 해외 공연 ‘딜라이트 투어’
하정우는 이후 자연스럽게 배우 황정민을 소개했고, 점차 아티스트가 먼저 러브콜을 보내면서 사업에 가속이 붙었다.

“흩어졌던 모든 게 선으로 이어졌어요. 힙합 가수 기리보이가 자신이 작업한 곡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클래스 영상을 올리자 팬들이 ‘그 옷 어디서 샀냐’는 문의를 해와 자연스럽게 아티스트와 협업한 자체상품(MD) 사업도 하게 됐죠.”

아티스트들이 먼저 제안한 페스티벌

지난 8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실내 페스티벌 ‘하우스 오브 원더’에서 미국 팝가수 코난 그레이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원더월 제공
아티스트 클래스에서 시작한 원더월은 페스티벌까지 확장했다. 작업했던 아티스트들이 의기투합해 함께 무대에 서면 재미있겠다고 해서 시작한 것. 가수들이 직접 팝스타들을 연결했다. ‘매니악’으로 국내 음악차트 순위권에 있던 미국 팝가수 코난 그레이의 첫 내한공연, 지난 8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하우스 오브 원더’도 원더월이 꾸민 축제다. 그는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서고 싶은 무대를 만들고 팬덤과 아티스트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했다.
원더월이 연말 공개 예정인 메신저 플랫폼 ‘프롬’. /원더월 제공
김 대표는 아티스트와 팬덤을 연결하는 메신저 플랫폼 ‘프롬’을 연말 출시한다. 아이돌뿐 아니라 아티스트, 작사가 등 모든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으로, 단순히 사진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의 멘토링과 소통 창구가 되는 플랫폼이다. 기존 원더월 플랫폼의 해외 이용자 비중이 60%를 넘어선 만큼 해외 K팝 팬과 국내 아티스트의 혁신적 소통 창구가 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앞으로 ‘원더월 팬덤’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예술의 가치, 예술가들의 진심을 함께 공감하는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겁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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