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설비에 5조…SK이노, 울산공장 '넷제로' 시대 연다

60주년 맞아 '그린팩토리 변신'

2030년 탄소 배출량 절반으로
자회사는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지난 6일 방문한 울산 부곡동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울산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부지. 축구장 22개 크기인 21만5000㎡에 달하는 이곳에선 터 잡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SK이노베이션 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는다. 폐플라스틱을 녹여 이물질을 제거한 뒤 깨끗한 페트(PET)와 폴리에틸렌(PE) 등 연간 25만t의 품질 좋은 플라스틱을 생산할 계획이다. 박천석 SK지오센트릭 GT1 프로젝트리더(PL)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플라스틱을 매립·소각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의 탄소를 감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2년 10월 13일 출범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이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이 회사 주력 공장인 울산콤플렉스(울산CLX)는 올해를 기점으로 2027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넷제로(탄소 배출 제로) 시대’를 열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의 폐플라스틱 공장 건설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설비 전환 등에 3조3300억원을 쓴다. 울산CLX는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50% 감축하고 2050년엔 넷제로를 달성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의 면적은 여의도의 세 배에 달하는 826만㎡에 이른다. 이곳의 상징은 수만 개의 파이프다. 굽이치는 파이프를 일렬로 이으면 60만㎞가 넘는다. 지구와 달 왕복 거리다. 파이프는 장생포항에서 저장탱크, 정제설비를 연결하며 끊임없이 석유화학 제품을 운송한다. 이들 설비의 원유 정제능력은 하루 84만 배럴로 세계 3위다. 톨 사이즈 커피 3억8000만 잔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울산CLX 곳곳에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요 설비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 이 단지는 작년까지 11기 가운데 9기의 동력 보일러 연료를 탄소 배출이 많은 벙커C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교체했다. 연료 교체에 힘입어 지난해까지 누적 14만4000t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유재영 울산CLX 총괄부사장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공정 개선, 연료 전환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며 “60년 동안 대한민국에 에너지를 공급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친환경 소재·재활용 공장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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