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푸틴 절친' 헝가리 총리에 "민주주의 훼손…10조원 못 줘"

유럽연합(EU)이 회원국인 헝가리를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며 75억유로(약 10조4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U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비(非) 민주주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비판해 온데 이어 실질적인 제재까지 결정했다.

이날 요하네스 한 EU 예산·행정 담당 집행위원은 “EU 기금의 사용 및 관리를 위태롭게 하는 법치 위반”이라며 헝가리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EU가 헝가리에 75억유로의 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75억유로는 헝가리의 올해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한다. EU가 법치주의 위반 등의 문제를 들며 이 같은 제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르반 총리는 1998년 처음으로 헝가리 총리가 됐다가 4년 만에 물러난 뒤 2010년 총선 승리로 재집권한데 이어 최근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4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자국 중심주의 및 보수 기독교 가치에 기반한 권위주의 통치 방식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을 서방에 반하는 자유주의 투사라고 자칭해 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EU의 대러시아 제재 등에 반대해 왔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최근 미국 보수주의 행사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앞서 유럽의회는 지난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헝가리를 더 이상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고 규탄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헝가리에 사법부의 비(非) 독립, 부패, 표현 및 학문의 자유 훼손 등의 문제가 있으며 EU의 민주주의 규범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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