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전기 절실"…포항 지하주차장 물은 뺐지만 여전히 아수라장

아파트단지 흙탕물·진흙 범벅, 더딘 복구작업에 지쳐가는 주민들
"물이 제일 급하죠. 전기보다도 물이 아직 안 나와서 힘들어요. "
경북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 나흘째인 9일 오전 사고 현장인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만난 주민은 빨랫감을 차 안에 넣으며 "물난리를 겪었는데, 물이 없어 또 고생"이라고 말했다.

왼쪽 겨드랑이에는 작은 샴푸 통을 끼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팎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여전했다. 수도와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은 추석 명절은커녕 일상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동현관문 앞에서 진흙물을 퍼내던 한 주민은 "말 그대로 전쟁터"라며 "진흙이 굳어 치우는 데 한참 걸릴 거 같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면서 "차례 올릴 과일이나 고기를 미리 준비했던 분들은 냉장고에 전원이 안 들어와서 다 버리게 됐다고 들었다.

전기와 수도가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수차에서 나오는 물을 20ℓ 생수통에 담던 정진구(68) 씨는 "당장 쓸 물이 없어서 빨래며 설거지며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는데 이거라도 공급이 돼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이 곳에서 명절을 보낼 수는 없어서 딸의 집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예민해진 주민들은 아파트 상가 주변에 "이게 다 냉천(사고 당일 범람한 하천 이름) 때문"이라며 원성을 내뱉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지하 주차장 배수작업에 동원된 펌프차, 해병대 살수차, 침수차를 끌고 가려는 견인차와 지게차, 흙더미를 치우려는 포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갔다.

관리사무실 앞에는 전국 각지 자원봉사 단체들이 보내온 물과 컵라면이 쌓여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방역차가 흰 연기를 내뿜으며 돌아다녔다.
플라스틱 삽으로 무장한 해병대 1사단 장병 300여 명은 아파트 단지 바닥을 뒤덮은 진흙더미를 치우느라 이른 아침부터 진땀을 흘렸다.

지상 주차장의 침수차를 직접 밀거나 들어올릴 땐 장병 10∼12명이 한데 모였다.

폐차를 다른 곳으로 잠시 이동시키더니 바닥 하수구까지 청소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에 쌓인 폐기물, 쓰레기를 지상으로 옮길 때도 장병들이 일렬로 줄지어 나섰다.

이 장병들은 태풍이 상륙한 지난 6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수해 현장에서부터 매일 약 12시간 동안 침수 가옥·토사 유실 정비 작업에 동원됐다고 한다.

한 해병대원은 고령의 주민이 무거운 짐을 들고 가자 "제가 들어드릴게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한국전력 관계자들은 아파트 동 지하마다 진행되는 배수작업 속도에 맞춰 전기 공급을 준비 중이었다.

전날 배수를 마치고 임시 전력공급이 시작된 1개 동에는 "각 가정 전기 공급 시 TV, 냉장고 이외 (김치 냉장고 절대 사용금지) 절대 사용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한전은 이 아파트 2단지 6개 동 479세대에 대한 전력 복구 작업은 이날 중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단지 5개 동 367세대에 대한 복구 작업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마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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