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 1위' 차례상 차리기, 간소화하자는데…현실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균관은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다. 전을 부치지 말 것, 음식 가짓수는 9개면 충분하다는 것 등이다.성균관 측은 전을 부치느라 노력과 시간을 쏟는 걸 더는 하지 말라고 했다. 기름진 음식에 대한 기록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나오는데,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또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 같은 구체적 간소화 방안이 나와야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명절 차례상 차리기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올 초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례상 차리기·가족 모임·선물 마련 등 현재의 명절 맞이 행사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56.2%를 차지, 만족한다는 답변을 앞섰다.

명절 행사 가운데 가장 스트레스이자 부담인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 부치기 등 차례상 차리기'(60%)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 뒤로 '일가친척이 모이는 행사'(15.6%), '명절 선물 보내기'(12.8%) 순이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94.3%는 차례상 음식의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차례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답변도 4.3%로 나타났다.하지만 차례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례가 꾸준한 게 현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 때마다 시누이가 자기 시댁 차례 음식을 친정에서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쓴이 A씨는 "보통 명절 하루 전에 시댁에 가면 시누이가 와 있다. 우리 시댁은 차례를 지내지 않는데, 시누이가 본인 시댁에서 코로나19로 차례 음식을 나눠서 하기로 했다면서 전을 친정에서 부친다. 그럼 몇 시간 동안 남편이랑 나만 전을 부친다. 시누이도 다른 일을 하긴 하지만, 시매부는 손 하나 까딱 안한다"고 토로했다.그는 "우리가 먹을 양을 하는 거라면 그냥 하겠지만, 시누이네 시댁 사람들이 먹을 것까지 다 한다. 반나절을 전만 부친다. 남의 집 제사 음식까지 해야 하는 거냐"며 분노했다.

지난 5일에는 60대 여성 B씨가 추석 음식 준비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러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당시 B씨는 추석을 앞두고 이제는 차례 음식을 만들지 말자는 취지로 남편 C씨에게 말했다. 이는 곧 말다툼으로 번졌고, B씨는 요리에 사용하던 흉기를 남편에게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결혼 3년차인 한 30대 여성은 한경닷컴에 "매년 차례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바로 실현되진 않더라"며 "여행, 휴식 등 각자 즐기는 연휴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첫 명절이라 다시금 친척들이 모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례상 비용도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평균 32만3268원으로 지난해보다 8.5% 비쌀 것으로 조사됐다.성균관 측은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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