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벨리곰이 왜 현대百서 나와?"

롯데홈쇼핑 캐릭터 팝업스토어
'유통 라이벌' 더현대서울에 입점
"MZ세대 소통 위한 선택" 분석도
“벨리곰이 롯데 캐릭터라고요? 여기 현대백화점 아닌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에 자리한 팝업스토어 ‘플레이인더박스’(사진)를 찾은 방문객 중엔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종종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 ‘핫플’로 떠오른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에 경쟁 유통그룹인 롯데의 캐릭터 팝업스토어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메이저 유통사 간 강력한 라이벌 의식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인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더현대서울 플레이인더박스에서 벨리곰 팝업 매장을 오는 14일까지 운영한다. 이곳에 벨리곰 캐릭터를 설치하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벨리곰은 2018년 롯데홈쇼핑이 MZ세대 직원을 대상으로 벌인 사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당시 입사 2년차 사원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지금은 마케팅본부 내 캐릭터사업팀원 7명이 벨리곰과 관련한 사업을 전담한다.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캐릭터인 만큼 그동안은 롯데 계열사와 주로 협업해 왔다. 지난 4월엔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서, 5월엔 롯데쇼핑과 협업해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 타임빌라스에서 공공 전시에 나섰다.이런 와중에 경쟁 업체인 현대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낸 건 “롯데홈쇼핑이 그만큼 캐릭터 사업에 진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도 팝업스토어 오픈에 앞서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캐릭터를 통한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더현대서울은 MZ세대가 많이 찾는 핵심 점포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 오픈 후 1년간 매출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3%에 달했다. 이는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중(24.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유통업계에서 캐릭터를 앞세워 젊은 층과의 소통을 꾀하는 건 롯데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도 2019년 강아지를 모티프로 캐릭터 ‘흰디’를 제작했다. 디자인에는 독일 일러스트 작가 크리스토프 니만이 참여했다. 친숙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강아지를 선택했다.신세계백화점도 2017년 자체 캐릭터 ‘푸빌라와 친구들’을 선보였다. 하얀 곰을 닮은 솜뭉치와 너구리, 여우 등을 기반으로 만든 자체 캐릭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캐릭터를 통해 젊은 세대와 꾸준히 소통하면 향후 NFT(대체불가능토큰), 메타버스 생태계가 본격화했을 때 소비자와 업체를 잇는 효율적인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