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 한다는데…금리 얼마나 저렴할까 [이인혁의 금융재테크]

사진=연합뉴스
신잔액 코픽스 대출. 금융감독원이 이름부터 복잡한 이 대출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상승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고 한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추천하는 이 대출, 정체가 무엇이고 과연 얼마나 저렴할까.

○상승속도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란 국내 8개 대표 은행들의 자금조달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값이다. 쉽게 말해 은행이 대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의 ‘원가’가 코픽스라고 보면 된다. 코픽스는 주로 정기 예적금으로 이뤄진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이 수신 고객한테 줘야 하는 이자율이 상승한다. 이렇게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코픽스가 오르고 대출금리 역시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코픽스는 크게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로 구분할 수 있다(잔액 기준 코픽스와 단기 코픽스라는 개념도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를 산출할 땐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금융채 등 8개 수신상품이 포함된다. 신잔액 코픽스의 경우 여기다 요구불예금 같은 결제성 자금,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 등이 추가된다.

요구불예금의 이자율은 ‘제로(0)’에 가깝다. 이 때문에 요구불예금까지 포함해 계산하는 신잔액 코픽스의 경우 신규취급액 코픽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연 2.90%에 달하는 반면, 신잔액 코픽스는 이보다 1.28%포인트나 낮은 연 1.62%에 불과하다.

또 한가지 큰 차이가 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말 그대로 대상월 한달 동안 새로 취급한 수신상품의 금리·금액을 가중평균해 산출하지만, 신잔액 코픽스는 해당월 말에 보유하고 있는 잔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신잔액 코픽스의 상승 속도는 신규취급액에 비해 완만할 수밖에 없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올해 들어 1.26%포인트 올랐다(연 1.64%→연 2.90%). 같은 기간 신잔액 코픽스는 연 1.08%에서 연 1.62%로 0.54%포인트 상승했다.

○“0.5%P 가량 저렴한 금리”

즉 신잔액 코픽스에 연동되는 대출은 신규취급액 대출보다 금리 수준이 낮고, 금리가 오르는 속도도 느리다. 가령 25일 기준 국민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살펴보면 신규취급액 코픽스가 연 4.44~6.27%, 신잔액 코픽스는 연 3.82~5.63%다. 혼합형 금리(연 3.97~5.67%)보다도 신잔액 코픽스 금리가 저렴하다. 하나은행도 신잔액 코픽스(연 4.474~5.774%)가 신규취급액 코픽스(연 4.904~6.204%)나 혼합형(연 4.769~6.069%)보다 금리가 낮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규취급액과 신잔액 코픽스 대출 모두 금리가 연 4.48~6.13%로 동일하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보다 신잔액 코픽스 대출에 가산금리를 더 많이 부여해, 두 대출의 금리 수준을 맞췄다. 이처럼 대출 실행 시점의 금리는 같더라도 향후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신잔액 코픽스를 고른 차주의 금리가 더 서서히 상승하게 된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현재 신잔액 코픽스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19개 국내은행 중 신잔액 코픽스 대출을 판매하는 은행은 14곳이다.

신잔액 코픽스 대출의 단점이라면 금리 상승기가 끝나고 하강기에 접어들었을 때, 신규취급액 코픽스에 비해 이자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느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주담대를 장기간 보유하는 만큼 금리 하강기 땐 신잔액 코픽스 대출이 불리할 수 있다”며 “물론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순 있지만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신잔액 코픽스 대출도 결국 변동금리의 일환이라며, 금리 상승기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게 여전히 유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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