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호의 딜 막전막후] 서로 마음 식은 카카오·SM…M&A 결별 선언만 남았나

차준호 증권부 기자
지난 20일, 3년 만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는 인파로 가득 찼다. 다시 결합한 소녀시대뿐 아니라 에스파 NCT 샤이니 등 SM엔터테인먼트 세계관에 속한 아티스트가 총출동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그토록 원했던 SM엔터 경영권을 쥐었다면 공연장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카카오 소속 아이유가 소녀시대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팬들은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이 그려진 응원봉을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SM엔터 경영권 매각 협의가 이뤄진 지 1년8개월이 지났어도 카카오엔터의 희망대로 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엔터 측이 지난달 중순께 SM엔터에 마지막 인수 제안서(텀싯)를 보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로 마음은 식었지만 결별 통보를 미루면서 마지막까지 자존심 싸움을 하는 연인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 SM에 '구애작전'

카카오엔터와 SM엔터가 처음부터 평행선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이 프로듀서가 물밑에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 2021년 말부터 일관되게 강력한 인수협상(M&A) 의지를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카카오엔터다. 지난해 10월 CJ ENM에 단독협상권을 빼앗겼던 때에도 카카오엔터의 의지는 식지 않았다. 결국 올해 2월 중순께 CJ ENM과의 협상이 무산되자 카카오엔터는 곧바로 제안서를 새로 제출해 단독 협상에 들어갔다. 인수 이후 5년 동안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를 카카오엔터에서 영입해 음악사업 총괄을 맡기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가격도 파격적이었다. 카카오엔터는 이 프로듀서가 보유한 SM엔터 지분 약 18.9%를 89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시가보다 100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었다. 이 프로듀서가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 11조~12조원 수준에서 2000억원을 재출자해 카카오엔터 주주가 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엔터 경영진은 자신감이 있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로부터 회사 기업가치를 18조원으로 인정받고 최대 1조원가량을 조달해 SM엔터 인수금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사인 직전까지 갔던 투자 유치는 무산됐다. PEF 본사에서 카카오엔터 기업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말이 시장에 파다했다.

인수가격 확 낮추자 '냉랭'

카카오엔터는 계약 시기를 늦추다가 지난 5월 인수 주체를 본사인 카카오로 바꿔 협상을 이어갔다. 그리고 7월에 마지막 제안을 넣었다. 이 제안에서 인수가격은 6000억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카카오가 이사회 반발 등을 이유로 들며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로 SM엔터 주가가 하락한 점을 들어 재협상하려고 했지만 매각 측과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전언이다.

SM엔터 매각은 1년8개월 만에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조짐이다. SM엔터는 이달 들어 메타버스 자회사인 ‘스튜디오 광야’를 세우고 지난 4월엔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인 SM컬처파트너스를 설립하는 등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양측이 쉽사리 공식 결별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SM엔터가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를 내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SM엔터도 이 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의 과다한 수수료 지급 의혹 이슈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도 SM엔터 인수 가능성이 배제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무산에 이어 이번 거래마저 무산되면 투자를 총괄해온 임원들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쉽사리 SM엔터와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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