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 법안 결국 데드라인 넘겨…수십만명 '稅폭탄' 맞나

여야 조세소위 위원장 싸움에
세제개편안 국회 통과 '깜깜'
1주택 특례 등 내달 신청인데
일정 놓치면 납세자 혼란 불가피

法개정 이달 넘기면 12월 신청
납세자가 직접 계산해 신고해야
한꺼번에 몰려 '세정 마비' 우려
사진=연합뉴스
1주택자 공제금액 상향 등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국세청이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종부세 특례 대상자 신청 기간을 앞두고 제시했던 입법 ‘데드라인’(8월 20일)이 지났지만 국회는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다. 이달 법 개정에 실패하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종부세 대상자의 납세를 놓고 ‘세정 마비’ 수준의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데드라인’ 넘긴 국회…향후 일정도 못잡아

21일 관계부처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까지 종부세 완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일정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가 마련한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기재위 조세소위원회-기재위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첫 번째 관문인 조세소위의 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를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 국회로부터 연락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시적으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14억원(지난해는 11억원, 내년 이후엔 12억원)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시적 2주택, 가격이나 지분이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상속주택, 지방 저가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부과할 때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고, 해당 주택 보유자에게 올해부터 1주택자와 동일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종부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 의지와 관계없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정부는 납세자에 대한 안내, 시행령·규칙 개정 등 절차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해왔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지난 1일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종부세 특례 적용과 관련, “이달 20일까지 기재위에서 (종부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의결이 되면 원활하게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법 데드라인을 제시했다.종부세는 12월에 내지만 법 개정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납세자는 9월 16~30일 보름간 ‘1주택자 과세 특례’를 신청해야 한다. 국세청은 납세자 편의를 위해 특례 신청기간 열흘 전인 9월 7~8일께 감면 대상자에게 미리 안내문을 발송한다. 정부가 추산하는 3억원 특별공제 대상자만 21만 명으로, 다른 특례를 포함하면 신청 대상자는 수십만 명에 달한다. 당장 안내문 발송까지 15일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아직 법안이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수십만 납세자 세무서 몰려갈 수도

종부세법 개정이 8월을 넘겨 9월 특례 신청 기간을 놓치게 될 경우 상당수 납세자는 법 개정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거액의 세금 고지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 납부 기간인 12월 1~15일에도 특례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납세자가 직접 특례 적용 세액을 계산해 자진 신고해야 한다. 복잡한 현행 종부세 제도 아래서 개별 납세자가 자신의 종부세를 정확히 계산해 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재부와 국세청 등 세정 당국의 설명이다. 최악의 경우 자진신고 기간에 납세자 수십만 명이 일선 세무서로 몰려오는 ‘세정 마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법 개정이 미뤄지는 것은 여야가 조세소위원장을 두고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여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당이 기재위원장을 맡았으니 조세소위는 야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기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양당 간사를 불러 협의를 서두를 것을 주문했지만 상황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19일에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종부세 특례 관련 법안이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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