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폭행에 살인까지…층간소음 없애려 용적률 인센티브·공사 장려금 준다

오는 4일부턴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행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층간소음 완화 기술개발에 잰걸음
사진=연합뉴스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신상렬 부장판사)은 올 6월 말 폭행 혐의로 기소된 목사 A씨(63)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피해자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당시 B씨는 임신 7개월의 임산부였다.

정부가 이같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층간소음이 이웃 간 갈등을 넘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등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층간소음 완화 조치를 한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해선 용적률을 높여주고,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선 층간소음 완화 인테리어 공사를 할 경우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슬래브 90㎜ 더 두껍게 하면 용적율 5%↑


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축 아파트의 바닥 슬래브(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판 형태의 구조물) 두께를 현재 기준인 210㎜ 이상보다 두껍게 할 경우 용적률 상향 조정 혜택을 줄 방침이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 슬래브를 더 두껍게 하면 건설사가 지을 수 있는 아파트 총 층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바닥 슬래브 두께를 키워 층간소음을 완화하는 아파트에 한해 용적율을 기존보다 5% 가량 높여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예컨대 30층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때 기존 210㎜인 바닥 슬래브 두께를 300㎜로 키울 경우, 한 층 정도 더 올릴 수 있는 수준의 용적율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에선 현재 210㎜인 바닥 슬래브 두께를 300㎜ 수준으로 키우면 현재 층간소음 최소 성능 기준인 50데시벨(㏈)이 47㏈ 수준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50㏈은 어린아이가 소파에서 뛰어내릴 때 발생하는 소음 수준인데, 3㏈만 낮아져도 사람이 체감하는 소음 저감 효과가 뚜렷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층간소음은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큰 문제"라며 "바닥 슬래브 두께를 키우면 공사 비용이 증가한다거나 분양할 수 있는 층수가 줄어든다는 등의 불만들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권고하는 게 아니라 용적율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유인책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선 소프트볼을 넣거나 매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각종 공사를 할 때 가구당 300만원 가량을 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국토부는 다음주로 예정된 '250만가구 이상 주택 공급 대책' 발표 때 이같은 내용의 층간소음 대책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아파트 비중이 큰 국내 주택 시장의 구조상 층간소음은 주거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문제도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는 지난해에만 4만6596건이 접수됐다. 2019년(2만6257건)에 비해 77.46%(2만339건) 급증했다. 5년 전인 2016년(1만9495건)에 비해선 2.39배, 9년 전인 2012년(8795건)에 비해선 5.29배 뛰었다.


오는 4일부턴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 시행


층간소음 완화가 법제화될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건설사들도 앞다퉈 기술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더욱이 오는 4일부터 주택법 개정을 통해 아파트 완공 직후 층간소음 측정이 의무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앞으로 아파트 건설을 마친 후 사용 검사 승인 단계에서 전체 세대의 2~5%가 무작위로 추출돼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을 평가받아야 한다. 기존 사전인정제에선 시공사가 선택적으로 제출한 바닥의 충격음을 실험실에서 측정하는 방식이라 요식 행위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감사원의 따르면 사전인정제를 통과했지만 준공 후엔 소음 방지 성능이 크게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후확인제에선 바닥충격음의 기준인 49㏈를 통과하지 못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사에 보완 시공을 요청하거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1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를 세웠다. 소음이 가장 잘 퍼지는 것으로 알려진 전용면적 59㎡의 10가구를 실제 아파트와 동일하게 만든 뒤 벽식·기둥식·혼합식·라멘식 등으로 주택 구조를 달리하고 층마다 다른 바닥 슬래브를 적용해 층간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고성능 완충재에 특화 소재를 덧씌워 층간소음을 차단하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재택 근무와 원격 교육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에 대한 요구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정부의 각종 정책도 층간소음을 완화하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어 관련 공법이나 기술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고탄성 완충재와 내력 강화 콘크리트를 활용해 층간소음을 줄여주는 스마트 바닥 구조를 개발해 특허 등록을 했다. GS건설도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행을 앞두고 부리나케 안정적인 품질 구현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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