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이 걷던 길 가보자"…창경궁-종묘 옛길 시민들 '북적'

서울시가 ‘창경궁-종묘 연결 복원사업’으로 조성한 궁궐담장길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산책로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서울시 제공
“서울 도심에 숲이 우거진 산책로가 생겨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일제가 끊어 놨던 종묘와 창경궁을 다시 연결했다고 하니 정말 감회가 새롭네요.”

일제가 끊어 놓은 창경궁과 종묘가 90년 만에 연결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26일 오전 시민들이 복원한 궁궐 담장을 따라 300m 조금 넘는 산책로를 걸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조선시대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복신문과 당시 궁궐 담장에 쓰였던 기초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서울시는 ‘창경궁-종묘 연결 복원사업’을 완료하고 지난 22일부터 복원한 궁궐담장길과 숲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시는 창경궁과 종묘를 단절한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녹지와 산책로를 조성해 다시 연결했다. 조선시대까지 창경궁과 종묘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숲으로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1932년 일제가 종묘 관통 도로(율곡로)를 만들어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놨다.

복원사업은 △창경궁과 종묘 사이 8000㎡ 녹지대 조성 △일제가 허문 궁궐 담장(503m) 복원 △궁궐담장길 340m 조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사업은 시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남북녹지축의 핵심이다. 시는 최종적으로 창경궁~종묘~세운상가~남산을 녹지축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찾은 산책로는 아래 율곡로 터널에서 자동차가 다닌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숲과 조화를 이뤘다. 8000㎡ 규모의 녹지 숲에는 각양각색의 한국 고유 나무들이 보였다. 시는 참나무류 소나무 귀룽나무 국수나무 등 한국 고유 수종의 교목 760그루와 관목, 화초 등을 심었다.일제가 없애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 503m 길이의 궁궐 담장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담장을 쌓아 올린 돌은 저마다 다른 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시는 “공사 중 발굴한 종묘 담장의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산책로 옆에는 실제 담장이 있던 터에서 발굴한 기초석을 그대로 보전해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궁궐담장길은 돈화문 앞에서 창경궁 내부를 지나 원남동사거리까지 340m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하고 턱이 없어 임신부 장애인 등 보행 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담장길 끝인 원남동사거리엔 교통 약자를 위한 승강기도 설치했다.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지날 때 이용한 복신문도 복원했다.

시는 2011년 복원사업을 시작해 총사업비 1008억원을 들여 11년 만에 공사를 끝냈다. 당초 완공 목표 시점은 2013년이었지만 문화재와 유물이 발굴돼 공사가 늦어졌다. 당분간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경궁으로 출입은 불가능하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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