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박진 방일 직후 독도 도발…갈 길 먼 한일관계

무색해진 "한일 변화 신호탄"
일각선 '저자세 외교' 우려도

김동현 정치부 기자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해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또 반복했다. 2005년부터 18년째다. 지난 22일 발간된 일본 방위백서에 일본은 “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 4개 섬)와 다케시마(독도)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방위백서는 독도뿐 아니라 2018년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간 대립,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논란 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방위당국 측에 의한 부정적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국에 원인을 돌렸다. 같은 날 일본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A)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도 승인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한국 외교당국 입장에서는 시기가 문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4년7개월 만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물론 일본 총리 예방까지 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귀국한 박 장관이 “한·일 관계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자평한 게 무색해지는 대목이다.외교부와 국방부는 당일 일본 방위백서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정무공사)와 방위주재관을 각각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어김없이 반복된 한·일 간 갈등으로 윤석열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도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한·일 관계 최대 난제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양국 외교장관이 “조기 해결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현지에선 여전히 “한국이 구체적인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 장관 방일 직후 일본의 집권 자유민주당은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막기 위해 일본이 안이하게 타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한국 정부가 빠른 성과를 내려 자칫 ‘저자세 외교’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가에선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일 관계 악화를 지켜본 현 정부 당국자들이 이번엔 극히 조심스럽게 한·일 관계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행인 점은 일본도 방위백서에 ‘한·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명시하는 등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박 장관은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에게 ‘한·일 정상급 셔틀외교 복원 필요성’도 보고했다. 셔틀외교 역시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현안이 해결된 이후 다룰 수 있는 과제다. 일본의 성의 있는 대응을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정부의 현명한 외교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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