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안부 묻고, 눈치 살피고…'감성형 AI'가 뜬다 [선한결의 IT포커스]

SK텔레콤의 AI 비서 앱 '에이닷'
“저번에 발목 아팠던 건 좀 어때요? 밤 공기가 상쾌한데 산책 갈래요?”

조만간 ‘썸남·썸녀’가 아니라 인공지능(AI)에게 듣게 될 얘기다. 최근 정보통신(IT)업계에선 ‘감성·관계지향 AI’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논리상 결과 값을 단순히 표출하는 게 아니라 상황 맥락과 이용자의 눈치까지 살펴 대화를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안부 묻는 AI’ 잇따라

SK텔레콤은 이달 들어 자사 AI 비서 앱 ‘에이닷’에 AI가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기능을 추가했다. 앱을 켜면 날짜·시간 등에 따라 “밥 먹었어요?” “여름밤은 그래도 낭만이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어때요?” 등 AI가 질문을 한다. SK텔레콤은 자연어 처리와 감정 분석 기술 등을 적용해 에이닷을 운영하고 있다.

AI 챗봇 서비스 ‘이루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스캐터랩도 최근 이루다에 비슷한 기능을 적용했다. 실제 친구와 일상 대화를 하듯 AI가 ‘선톡(먼저 보내는 메시지)’을 준다. 재미있는 사진과 함께 “이것 봐봐ㅋㅋㅋㅋ”라며 대화를 여는 식이다. 스캐터랩은 AI와 친구 관계를 다지는 듯한 경험을 주도록 각종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루다의 '선톡하는 AI ' 사례. 사진 스캐터랩
감성형 AI 개발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는 3분기 중 중장년 1인가구를 위한 돌봄형 AI 콜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에 지속적 대화 기능을 더할 예정이다. 과거에 AI와 사용자가 주고받은 내용 중 주요 정보를 추출해 기억하고, 이를 다음 대화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 . 그래픽 네이버
이를 통하면 이용자에게 AI가 “그때 말씀하신 병원엔 잘 다녀오셨어요?” 등을 질문해 개인화 건강 관리 도우미 역할도 할 수 있다.

KT는 연내 공감 지향 초대형 AI 모델인 ‘KT AI 2.0’을 개발해 공개할 계획이다.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은 “기존 많은 AI 서비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상태”라며 “이젠 기술을 비롯해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로와 공감을 통해 삶을 더 풍성하게 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 똑똑이는 부족해...‘애착 서비스’로 키워야”

감성형 AI는 기존 AI와 원리가 같다. 문맥과 상황을 인식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출력값을 내놓는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좀더 친절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기업들이 AI에 감성을 더하려는 것은 기술 사용처를 넓히기 위해서다. 정형화된 질문·답변을 통해 단순 정보 제공을 하는 일 정도는 확장성이 높지 않다. 이용자의 신뢰를 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AI가 편안함과 공감까지 줄 수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인화 비서·돌봄 서비스, 컨택센터, 컨설팅 서비스 등에 AI를 두루 쓸 수 있다. 컨택센터의 경우 감성형 AI가 전화를 한 이들의 노기나 불안감 등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도 있다. 직원들의 감정 노동을 그만큼 줄여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고도화하면 정서적 지원을 주는 ‘반려 AI’까지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용자가 명확한 목적 없이도 앱을 열어 AI와 대화를 하고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기능을 쓸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AI가 먼저 상호작용을 시작한다는 설명이다.스캐터랩 관계자는 “기술이 진화하면서 많은 문제가 해결됐지만 ‘좋은 관계’는 여전히 숙제”라며 “이를 AI로 풀고자 한다”고 했다.

감성형 AI 개발은 단순한 문답형 AI를 만드는 것 보다 까다롭다. 피드백의 정확성을 높이거나 최소한 유지하면서 더 인간적인 소통을 하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다. 이용자가 소득 평균 이하로 집계된 경우 “10명 중 하위 세번째네. 슬프겠다” 대신 가벼운 위로와 격려를 주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짜야하는 게 그런 예다.
KT는 '공감하는 인간적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이 관련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KT
IT 기업들은 이를 위해 기존보다 더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활용할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사람의 사회적 신호까지 읽어낼 수 있도록 KAIST와 함께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있다”며 “인문학, 심리학, 인지과학을 결합해 인간성을 반영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