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은행·에너지기업에 '횡재세' 걷는다

인플레 반사익…초과이익에 과세
늘어난 세수 저소득층 지원키로

일각선 "전형적 포퓰리즘" 비판
스페인 정부가 은행과 에너지 업체의 초과이익에 대해 일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이 각각 금리 인상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의회 연례 국정연설에서 이런 내용의 ‘횡재세’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이번 조치는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과세 대상은 매출 10억유로 이상 규모의 대기업이다. 은행과 에너지 업체로부터 각각 30억유로, 40억유로를 걷는다는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통해 물가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을 지원할 예정이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공공주택 1만2000가구를 짓는 데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오는 9~12월 국영철도 승차권을 무료화하고, 16세 이상 장학생들에게 총 20억유로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인플레이션으로 발생한 수익은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을 높이는 데 쓰일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기업이 위기로부터 이익을 취해 자신들의 연봉을 살찌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형 은행들은 (예상되는) 금리 인상으로 이미 이익을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일각에선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자문사 아반테아고레스의 호세 라몬 이투리아가 애널리스트는 “조악한 형식의 포퓰리즘”이라며 “정부 주장은 은행들이 금리 상승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지만 오랜 기간 금리가 마이너스였을 때는 보상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스페인 정부가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산체스 총리의 이런 움직임은 그의 당이 야당의 부활에 맞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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