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카드사에 경고장…"무리한 영업 자제, 리볼빙 관리해야"

금감원장-여전사 CEO 간담회

"유동성 리스크 관리…취약 요인별 대비해야"
"취약차주 이용 고금리 多…리스크 관리 필요"
"리볼빙 불완전 판매 우려…개선방안 마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허문찬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유동성 관리 취지에서 단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무리한 영업 확장을 자제해줄 것을 5일 당부했다. 이달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가 시행되는 데 따라 결제성 리볼빙 등 DSR 적용 제외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다동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유동성 리스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리스크이며 업계 스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단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는 자제하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여전사는 여전채 발행 등 시장성 차입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시중금리 추가 상승 시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자금 운용 측면에서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이용하고 기업대출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부동산 업종에 집중돼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여전사의 자금조달·운용상 특수성으로 취약 요인별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당시 여전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여전채 신규 발행이 사실상 중단되어, 일부 중소형 여전사는 수 개월간 유동성 애로에 직면한 바 있다"며 "지난 6월 이후 여전채 스프레드가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최고점(92bp)을 상회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비상 자금 조달 계획도 다시 한번 점검해 주기 바란다"며 "추가적인 대출처 확충이나 대주주 지원방안(유상증자, 자금지원 등) 확보 등을 통해 만기도래 부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는 데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 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 취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달부터 시행된 DSR 3단계 조치 이후 현금서비스, 결제성 리볼빙 등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경 써주길 바란다"며 "특히,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위해 미래 전망을 보수적으로 설정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기업대출이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도록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를 강화해 줄 것도 피력했다. 그는 "여전사는 과거 10년간 저금리 기조 및 경쟁 심화로 PF 대출 등 부동산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해 최근에는 고유업무 자산을 초과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부동산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은 점을 고려해 대출 취급 시 담보물이 아닌 채무 상환 능력 위주로 여신심사를 하고 대출 취급 이후에는 차주의 신용위험 변화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여전사 스스로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시장 상황 악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힘써 주시기 바란다"며 "금감원은 모든 PF 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기업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와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 종료 등에 대비한 취약차주 지원에도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여전사가 자체 운영 중인 프리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재무적 곤경에 처한 차주가 조기에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올해 8월부터 회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 공시가 시행되므로 고객 안내 강화 등을 통해 신용도가 개선된 고객의 금리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최근 이용금액이 증가하는 결제성 리볼빙은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금소법상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금감원은 금융위, 협회와 함께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해 리볼빙 설명서 신설, 취약차주 가입 시 해피콜 실시, 금리 산정 내역 안내, 금리 공시 주기 단축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각 카드사 CEO께서도 개선방안 마련 전까지 고객에 대한 설명 미흡 등으로 인해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관리를 강화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원장은 여전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전사는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로 여타 업종보다 어려움에 처해 있으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디지털 전환 추세를 고려해 겸영 및 부수업무의 범위, 여전업별 취급 가능 업무의 경우 금융업과 연관된 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위에 확대를 건의하겠다. 또 해외 진출 시에도 금감원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여전사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금융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긴 호흡을 가지고 리스크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금감원도 여전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본업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실효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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