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자회사 파는 롯데케미칼…"인수價 14배 대박"

2009년 현지 화학사 147억 인수
몸값 2100억…"비주력사업 정리"
매각 땐 롯데그룹 최고의 M&A
한경DB
롯데케미칼이 파키스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을 매각한다. 2009년 147억원에 인수한 LCPL의 매각 금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파키스탄 상장사인 LCPL 보유 지분 75.0% 전량을 처분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CPL의 시가총액은 213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LCPL의 매각가가 1830억~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수가격(147억원)의 14배 수준이다.롯데케미칼은 2009년 네덜란드 페인트업체인 악조노벨로부터 LCPL을 인수했다. LCPL은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 원료인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회사다.

인수 당시 LCPL은 설비가 낡고 가동률도 높지 않았다. 이 설비를 정비하기 위해 롯데케미칼 엔지니어들이 파견됐다. 직원들의 노력 덕에 설비 가동률이 높아졌고 실적도 점차 개선됐다. 지난해 LCPL은 매출 4721억원, 당기순이익 326억원을 올렸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매년 150억~500억원 선의 순이익 행진을 이어왔다.

롯데케미칼은 LCPL 인수 직후 2011년까지 200억원이 웃도는 배당수익을 올렸다. 2년 만에 인수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LCPL 인수를 ‘롯데그룹 최고의 인수합병(M&A) 거래’로 평가하는 배경이다.롯데그룹은 LCPL 인수 성과를 확인한 직후 파키스탄 업체를 줄줄이 사들였다. 2011년 롯데제과가 제과회사인 콜손을, 2018년에는 롯데칠성음료가 음료회사인 악타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파키스탄을 신남방 전략의 거점으로 보고 대대적 투자를 이어갔다.

롯데케미칼이 LCPL을 매각하는 것은 비주력인 PTA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차원이다. 이 회사는 2020년 울산 공장의 PTA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PTA업체인 LCPL 매각도 결정했다.

파키스탄 시장이 장기간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매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파키스탄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중국 등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려 썼다. 코로나19 사태로 이 같은 대외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난이 심각해졌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60억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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