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토양이어 단열재 1위 도전…非보일러도 잘나가는 경동

더현대, 타임스퀘어 등 랜드마크 옥상정원 80%장악한 경동원
경동나비엔 母회사, 내화피복재 1위 롯데타워 스타필드 등 공급
화재 안전한 '준불연 우레탄 단열재'시장서 독보적 지위
경동원 파라소가 적용된 옥상정원. 경동원 제공
국내 선두 보일러업체인 경동나비엔의 모회사 경동원이 단열재, 인공토양, 내화피복재 등으로 매출 1000억원 가량을 거두며 비(非)보일러사업에서 성과를 이끌고 있다. 인공토양, 내화피복재에 이어 화재에 안전한 ‘준(準)불연’ 우레탄 단열재로 국내 시장 1위를 넘보고 있다.

여름철 건물 차갑게 유지...화재에 안전한 '경동원 단열재'의 위력

경동원의 스프레이 형태의 준불연 우레탄 단열재인 ‘세이프폼’은 최근 안성과 대구에 위치한 쿠팡 등의 물류창고와 이천 대형 냉동창고 등에 공급됐다. 뿌리기만 하면 되는 스프레이타입으로는 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준불연 우레탄 단열재다. 이 회사의 보드 형태 우레탄 단열재 '세이프보드'는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시중에 판매되는 단열재 가운데 가장 단열 성능이 뛰어난 우레탄 단열재는 폭염과 혹한기에 위력을 발휘한다. 여름철 외부의 열로부터 건물 내부를 보호해주고 겨울철엔 건물 내부의 온도를 장기간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냉방비와 난방비 절감 효과도 크다. 다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 약점이다. 대부분 시중에 유통되는 우레탄은 화재안전 기준상 '비난연'등급이다. 건자재 화재안전기준은 보통 불연, 준불연, 난연, 비난연으로 나뉜다. 비난연이란 불이 잘붙어 화재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에선 우레탄 단열재의 불씨가 유독가스를 유발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공장 창고 등에서 비난연 단열재 사용을 금지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시행한 이유다. 하지만 경동원의 스프레이 타입 우레탄 단열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준불연'등급이라 사용이 가능하다.
준불연 우레탄 단열재 세이프폼 시공 장면. 경동원 제공
김원수 경동원 부사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준불연 우레탄 샌드위치 패널인 '세이프패널'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세이프폼·보드·패널 등으로 화재에 안전하면서도 단열성능이 우수한 준불연 우레탄 단열재의 전체적인 라인업 완성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일반 단열재 대비 8배 이상 성능이 뛰어난 주거용 진공단열재인 '하이퍼백', 섭씨 950도 이상도 견디는 울트라썸, 플레스썸 등 산업용 단열재도 경동원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경동원은 현재 국내 대형 조선사들과 함께 LNG선박 적용을 위한 단열재 연구에도 나서는 등 기술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옥상 정원의 필수소재 인공토양...국내 시장점유율 80%

이 회사의 인공토양 '파라소'는 국내 시장 점유율 80%로 1위이며 도심속 옥상정원·야외공원 조성에 필수 소재로 자리잡았다. 파라소는 마그마가 지표의 호수나 바다로 흘러들어 급속히 냉각되면서 생긴 진주암(퍼라이트)을 분쇄한 뒤 1100도 이상 고온에서 가열과 팽창 등 가공 작업을 거쳐 만든 인공 토양재료다. 일반 흙 대비 무게가 6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건물내 하중 부담이 없는데다 오랫동안 물을 함유할 수 있어 가뭄에 유리하며 잡초나 병충해에도 강한 것이 강점이다.
경동원의 인공토양 파라소가 적용된 더 현대 서울. 경동원 제공
파라소는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과 도시열섬 현상의 대안으로 옥상 정원 조성이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콘트리트 건물에 파라소로 옥상정원을 설치했을 때 냉난방 에너지 효율을 조사한 결과 6~15%까지 냉난방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동원의 파라소는 1991년 출시 이후 정부 세종청사, 영등포 타임스퀘어,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서울아산병원, 서울 서소문역사공원 등 국내 주요 건물의 정원과 공원 조성에 활용됐다. 김 부사장은 "건물 옥상에 나무를 심고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공간을 재활용하고 녹지를 확대해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 문제 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연호 회장 직접 창업한 '40년 기업'...올해 매출 1000억 넘기나

경동원은 내화피복재 시장에서도 국내 1위다. 이 회사의 내화피복재 '에스코트'는 롯데월드타워, 고양 스타필드, 광화문 디타워, 한화 갤러리아포레, 여의도 파크원, 인천국제공항 등의 철골구조에 활용됐다. 건물 화재시 가장 먼저 보호해야할 것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철골 기둥이다. 열로 철골구조가 휠 경우 건물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의 내화피복재는 섭씨 649도까지 최대 3시간 동안견딜 수 있다. 스프레이와 페인트방식으로 손쉽게 철골의 보와 기둥 위에 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경동원의 내화피복재 에스코트 적용현장인 잠실 제2롯데월드. 경동원 제공
이 회사의 단열재, 인공토양, 내화피복재 등 매출은 전체 매출 1000억원에서 3분의 1씩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이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절감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단열재 국산화를 위해 1981년 설립했다. 부친(손도익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 받은 보일러회사(경동나비엔)와 달리 자신이 직접 창업한 회사라 더욱 애착이 많다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경동원은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에 기여하는 내화단열 기술과 도시에 녹지를 만드는 인공토양 기술을 기반으로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기업"이라며 "특히 올해는 강화되는 화재관련 법규에 발맞춰, 준불연 우레탄 단열재 사업 등에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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