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이용료 '무정산' 합의했다"는 넷플릭스…SKB 반론 들어보니

넷플릭스 VS SK브로드밴드 항소심 3차 변론
무정산 합의 여부가 최대 쟁점

넷플릭스 "SKB 망 이용대가 의사 처음부터 없었다"
SKB "이용자들 불편에 추후 합의로 남겨놨다"
망 이용대가 지불을 두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무정산 합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민사소송 항소심 3차 변론이 15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핵심 쟁점이 된 '무정산 합의'란 쉽게 말해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기로 서로 합의를 봤다는 얘기다.

'무정산' 가능한 상황인가

일단 '피어링(Peering)'이란 다소 낯선 용어가 등장한다. 피어링이란 콘텐츠 회사(CP)가 통신사(ISP) 고객에게 트래픽을 보내는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IXP'라는 인터넷 연동 서비스로 콘텐츠 회사(CP)와 통신사(ISP)를 연결한다.

넷플릭스는 "현재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포함해 여러 해외 CP,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사업자(CDN)와 해외에서 '무정산 피어링'을 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어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트래픽을 전송할 수 있었지만,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절감을 위해 무정산 방식의 피어링을 택했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말은 조금 다르다.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처음 서비스를 할 당시에는 전용회선이 아닌 일반망을 사용하면서 트래픽을 오픈 방식으로 교환했기 때문에 개별적 합의나 대가 지급이 필요 없었지만, 지금은 전용 회선을 사용하는 만큼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콘텐츠 회사들은 일반 망으로는 콘텐츠 화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인터넷 전용회선을 따로 계약해 사용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가입자 및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에는 트래픽 품질 보장을 위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개별적 합의를 통해 양사간 트래픽만 소통하는 전용회선으로 피어링 했다"고 맞섰다.
사진=SK브로드밴드 공식 영상 캡처

SKB는 망 이용대가 받을 의사가 없었나

또 다른 쟁점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처음 전용 회선을 연결한 2018년경 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반드시 지급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최초 연결 시 대가 지급이 없는 '무정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당시 인터넷 전용망을 우선 사용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추가 협의 사항으로 남겨둔 것이지, 무정산 피어링에 합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SK브로드밴드는 "2018년부터 넷플릭스의 이용자가 늘어나서 트래픽이 크게 증가했는데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양사 고객 불만이 늘었다"며 "이에 양사가 서비스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넷플릭스 트래픽만 소통시키는 전용망 합의를 구축했다. 이는 합의가 어려운 망 이용대가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 사항으로 남겨두고 양사 모두 고객의 품질 불만을 해소하는 데 우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국제간 피어링에서 무정산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무정산 피어링은 통신사(ISP)와 통신사(ISP) 간 원칙이지, 넷플릭스(CP)와 SK브로드밴드(ISP)간에는 적용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트래픽을 줄이기 위한 OCA(오픈 커넥트티드 어플라이언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통신사(ISP)라고 주장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AT&T, 버라이존, 오렌지 등 글로벌 통신사(ISP)의 피어링 정책을 보면 이들 ISP 역시 무정산 피어링은 ISP 간에서도 상호접속 지점 수, 접속 트래픽 규모, 트래픽 교환비율의 균형, 24시간 네트워크 지원 체계 등 엄격한 조건들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트래픽은 유상 교환된다"면서 "더욱이 넷플릭스는 일방적으로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CP이므로 위 같은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무정산 피어링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고 역설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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