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19년 前 노무현 대통령은 이랬다

CHO INSIGHT 백브리핑
사진=뉴스1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든, 노동자의 불법 행위든 간에 선거 운동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 왔다."(윤석열 대통령)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될 것.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지만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한덕수 국무총리)7일 0시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발언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대규모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지난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친노동 정부'를 자처하면서 노동계의 집회 또는 파업에 매우 유화적이었습니다. 대규모 파업이나 집회를 앞두고는 그 흔한 '불법행위 엄정 대처'라는 입장문도 아낄 정도였지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총파업 때도 국토교통부는 A4용지 두 장 짜리 참고자료를 냈을 뿐인데, 그것도 비상수송대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올해 초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택배노조에 대해서도 정부 각 부처는 "노사관계 문제라서…" "노조를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며 엄정대처와는 거리가 먼 태도였습니다.

반면 이번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파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7일 출근길에서 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 발언에 앞서 국무총리는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적시하며 강경 대처 방침을 밝혔습니다. 국토부와 경찰도 수 차례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며 불법으로 교통과 운송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운전면허를 정지·취소하고 업무개시 명령 불복 시에는 화물운송 종사자격까지 취소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여기에 경찰은 불법행위는 즉시 현장에서 검거 및 주동자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사실상 공권력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입니다. 물류대란 우려 속에 화물연대 총파업은 시작됐습니다. 정부도 하루이틀 정도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 어느 정도의 물류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운송거부 사태가 어떻게 결론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 당시 화물연대 파업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1년에 쓴 책 '운명'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부산항 수출·입을 막아 주장을 관철하려는 방식에 화를 많이 냈다. 내게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고, 군(軍) 대체인력 투입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그러나 부산항 수·출입 화물의 육로 수송률이 절대적이고, 철도에 의한 수송분담률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호한 대응이 불가능했다....결국 화물연대 파업은 합의 타결됐다. 말이 합의타결이지 사실은 정부가 두 손 든 것이었다....화물연대로선 대성공을 거뒀다.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고, 조합원도 크게 늘었다...그런데 그 성공에 도취했는지 그로부터 두세 달 후에 2차 파업을 했다. 딱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던 1차 파업과 달리 무리한 파업이었다. 정부도 온정으로만 대할 수 없었다...법과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로 인해 화물연대 지도부는 구속됐다.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위해 정부와 이뤄지고 있던 대화도 끊겨버리고 말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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