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매각한 회사의 반전...HMM 인수 후보로 거론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현대상선, 2002년 자동차운반사업 매각
노르웨이 해운사 및 현대차그룹이 인수
유코카캐리어스 작년 2300억 영업이익
HMM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모회사 역할 촉각
현대상선(현 HMM) 2002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자 큰 결심을 한다. 회사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인 자동차 운송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사업부를 노르웨이 해운사 왈레니우스윌헴슨이 80%, 현대차와 기아차가 1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에 1조5000억원에 매각된다.

이 합작사는 유코카캐리어스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 작년에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이 회사는 탄탄한 모회사와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갖춘 덕분에 한 때 모회사인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코카캐리어스는 지난해 매출 1조8946억원, 영업이익 2368억원을 올렸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46.5%, 영업이익은 1376.9%나 불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한국과 중국에서 현대차 기아차를 실어 유럽으로 운송해 유럽에서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브랜드 차량을 싣고 아시아로 향하는 노선을 주력으로 실적을 냈다. 이 회사는 자동차 운반선(PCTC) 50~60척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실적이 좋아진 것은 화물 운송량이 폭증한 것과 맞물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운반선을 구하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운임이 3~4배가량 폭등했다"며 "올 하반기에 중국 고객사 화물운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유코카캐리어스 실적도 고공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유코카캐리어스 자산규모는 3조7042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134.2%를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최근 3개년(2019~2021년) 평균이 3165억원에 달했다. 대주주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운송 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유코카캐리어스를 HMM 인수 후보군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사진=한경DB
HMM 인수는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산업은행(보유 지분 20.69%)과 해양진흥공사(19.96%)는 HMM 지분 40.65%를 쥐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영구채(신종자본증권) 규모도 지난 3월 말 기준 2조6798억원에 이른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은 물론 영구채까지 상환하려면 10조원가량이 들어갈 전망이다.

유코카캐리어스가 당장 이만큼의 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 하지만 모회사인 왈레니우스윌헴슨과 현대차, 기아차의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HMM 인수를 노려볼 만하다. 왈레니우스윌헴슨의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은 23억5400만달러(약 2조9350억원)에 이른다. 작년 상각전영입이익은 2억5300만달러(약 31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현대차 및 기아차도 나선다면 인수 실탄 마련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HMM이 국적선사인 만큼 노르웨이 업체가 대주주인 유코카캐리어스에 매각하는 것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 실제 인수까지는 그만큼 장애물이 많다는 의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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