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4명 연속 女 인선…변화의 중심엔 '이 여인' 있었다

당선인 때 "안배 안한다" 원칙 고수했지만
내부 설득·외부 비판에 "과감한 기회 부여"
대통령실 '51명 중 4명' 여성 대변인이 설득
"한 순간의 변화 아냐…여러 비판 다 수용"
강인선 대통령 대변인이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기 위해 오픈라운지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고수해온 '여성 안배·할당 배제' 원칙을 바꾸기 위해 내부에서 직언한 인물이 강인선 대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9일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을 특허청장에 내정하면서 장·차관급 인사를 네 명 연속 여성으로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식약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까지만 해도 '여성·지역 할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10일 당선인 신분으로 1차 내각 인사를 발표할 당시 "선거 운동 때부터 (인사) 할당, 안배를 안 한다고 했다. 각 부처를 가장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을 찾아서 지명하면 부처가 많고 대한민국의 인재가 쏠려 있지 않아서 지역, 성별, 세대 균형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장·차관급 인사 네 명을 모두 여성으로 채우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인사 기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6일 "대통령의 순발력이 보통이 아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대통령실 참모 중 한 명으로 강 대변인이 지목된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 비서관 이상 인사 51명 중 4명(7.8%)에 불과한 여성 참모 중 한 명이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강 대변인은 2001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여성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회의장단과의 만찬 중 '젠더 갈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며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인사 기조 변화가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설득과 외부의 지적이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기자실을 방문했을 때 '여러 기사들을 다 보고 있다'고 했듯, 성별이 편중된 인사에 대한 비판도 수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핵심관계자는 "최근 여성 인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자 윤 대통령이 기분이 좋으신 것이 눈에 보인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것같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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