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멈추지 않는 71세 거장 "여든엔 더 완벽해져 있겠죠?"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내달 15일부터 전국 투어

23년째 韓 찾는 '뉴에이지 대가'
"피아노 연주는 스포츠와 같아
꾸준히 기술 연마할수록 좋아져

콘서트 때마다 한국어로 곡 설명
한국팬 사랑 힘입어 무대 지켜와

이번 공연의 테마는 '메디테이션'
피아노 솔로 이어 콰르텟 앙상블
명상과 기도로 상처 치유받기를"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에서 연주하는 유키 구라모토. 크레디아 제공
유키 구라모토(71)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를 뽑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동시에 ‘한국을 잘 아는 글로벌 아티스트’로도 꼽힌다. 그가 피아노 치는 영상의 배경을 한국 시골길로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회수가 100만 회에 육박하는 이 영상에 달린 2500여 개 댓글은 대부분 한국어다.

일본 뉴에이지 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에 돌아왔다. 다음달 15일 인천을 시작으로 공주(20일), 남양주(21일), 거창(27일), 여주(28일), 서울(6월 5일)을 돌며 한국 팬을 만난다. 1999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은 한국 공연을 올해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일본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구라모토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오랜 기간 무대를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로망스’ ‘레이크루이즈’ ‘메디테이션’ 등 그가 만든 히트곡은 ‘가을동화’ ‘겨울연가’ ‘달콤한 인생’ 등 수많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광고 등에 쓰였다. 이러니 그도 한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잃은 것 중 가장 아쉬운 것을 꼽으랬더니 “사인회 등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어진 것”이란 답을 내놓을 정도다. 그는 한국에서 콘서트를 열 때마다 한국어로 곡을 설명한다.

칠순을 넘긴 ‘노장 피아니스트’지만 그는 계속 발전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구라모토는 “연주는 스포츠처럼 꾸준히 연습하고 기술을 연마할수록 좋아진다”며 “내 나이 팔순이 되면 원숙미가 가미돼 지금보다 더 나은 연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매년 두어 차례 한국 무대에 서는 구라모토는 작년 12월 공연은 건너뛰었다. 코로나19 탓이었다. 입국 하루 전에 자가격리 면제 기준이 바뀌면서 2009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에 맞춰 무대에 올린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지난 2년간 여러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들자 연습할 시간이 늘더군요. 그 덕분에 신나게 피아노를 쳤습니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는 제가 작곡한 곡을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2003년 이전에 작곡한 100여 곡을 하나하나 컴퓨터에 입력했죠.”

이번 내한 공연의 테마는 그의 곡 제목이기도 한 ‘메디테이션(meditation·명상)’이다. 피아노 솔로 연주에 이어 콰르텟(바이올린·첼로·플루트·클라리넷 4중주)이 함께하는 앙상블을 선보인다. 구라모토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늘었다”며 “명상과 기도로 상처를 치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콘서트의 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공주와 여주 콘서트 표는 이미 매진됐다.구라모토는 “공연을 짤 때마다 ‘프랑스 코스요리’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관객들에게 ‘풀 코스’를 대접하기 위해 고민한다”고 했다. 그는 “화려하고 어려운 음악보다는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곡을 주로 고른다”며 “공연을 준비할 때 ‘어떤 순서로 짜야 청중이 자연스럽게 공연에 몰입할까’를 신경 쓴다”고 했다.

“오랜 기간 활동하다 보니 그 누구보다 팬 연령층이 두터워졌습니다. 10대, 20대 때 제 음악을 처음 접한 팬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 40~50대거든요. 오랜만에 저를 찾은 팬들이 ‘유키상, 아직도 건강하게 연주하고 계시네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넬 때 살아있는 걸 느낍니다. 저는 이렇게 답하죠. ‘네, 저 아직 젊어요. 건강도 문제없고요’라고.”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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